<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1부 '깡패와 장구'

‘죽여주면 10억을 주겠소.’

온 신경이 미간으로 송곳 끝이 되어 몰렸다. 역시 음성은 진지했다. 10억이라니. 10억이 뉘 집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누구를 말이요?”

동식은 상대가 던진 낚시에 입질을 하고 있었다. 이 자의 의중을 알려면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서울에 사는 강용대라는 자요.’

“그 사람이 누구요?”

‘…….’

“누구인데 죽여 달라는 거요? 사람 죽이는 일이 쉬운 일이요?”

‘승낙을 하면 강용대의 인적사항을 알려주겠소.’

좀처럼 패를 보여주지 않는다. 건달 체면이 있지 쉽게 낚시 바늘을 물 동식이 아니다.

“하하하핫……. 지금 장난하는 거요? 댁이 누구인줄 알고…….”

상대는 잠시 말이 없다. 그렇다고 동식은 바로 전화를 끊진 않았다.

‘나는 박창수요. 강동식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소? 다시한번 말하지. 서울에 사는 강용대를 죽여주면 10억을 주겠소. 잘 생각해보고 답을 주시오.’

툭, 상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거장을 많이 남겨놓고 차에서 내린 기분이다. 준 것도 없이 손해를 본 기분이다. 차 안인데도 찬바람이 등짝을 쓱 훑고 지나갔다. 기분이 몹시 더러웠다. 허! 이거 대체 뭐야?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조수석에 던져버리고 주머니에서 말보로를 꺼냈다. 한 개비 꺼내 물고 불을 붙여 한 모금 깊이 빤 뒤 천천히 연기를 뱉어냈다.

감방에 있는 동안 이 말보로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깊고 풍부하면서 구수한 맛. 상남자라면 모름지기 말보로 정도는 태워야 한다. 징역에서 피우던 이쑤시개 굵기의 담배와는 맛과 풍미가 다르다. 한 개비 담배를 열 등분한 이쑤시개 담배는 피우고 나면 영 성이 차지 않았다. 입맛만 배렸다고 할까. 담장 밖 세상이 이래서 좋다.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말보로 담배가 있고 온몸을 노곤하게 지질 수 있는 온천이 있지 않는가.

“서울에 사는 강용대를 죽여주면…… 10억을 주겠다…….”

동식은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혼잣말로 되뇌었다. 감당하기 버거운 고깃덩어리를 받아든 기분이다. 던져진 고깃덩어리를 덥석 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건달의 징역살이가 그렇듯 동식은 7년을 에누리 없이 ‘만땅’으로 채우고 담장 밖으로 나왔다. 동식 정도의 건달 캐리어면 형편없이 징역을 살지는 않는다. 호텔 게스트처럼 접대를 받으며 살 수는 없지만 나름 여러 사람들에게 대우 아닌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 앞으로는 더 들어가고 싶지 않다. 아무리 대우 받는 징역살이라 한들 바깥세상만 할까. 사람을 죽이면 족히 10년 이상을 세상과 격리되어야 한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 나올 수도 있다. 거절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