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만 타면 아직도 가슴이 뜁니다. 첫 여행을 떠나는 기분 그대로죠.”

전주시 평화동의 작은 여행사 사무실. 벽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의 사진과 기념품은 이곳 주인 하헌성 대표의 지난 30년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지난 세월을 여행 하나에 모두 바쳤다. 수많은 여행객의 동반자로, 때론 안내자로, 때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조력자로 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오래 전에 한 아드님이 300만 원을 들여 부모님 효도 관광을 맡기셨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신 어머님이 너무 감동하셔서 아들에게 3억이나 되는 집을 한 채 사주셨다더군요. 그때 알았죠. 여행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구나 하고요.”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여정은 백두산 여행이다. 그는 “단 두 번만 천지를 못 봤습니다. 손님들이 저를 ‘날씨 도사’라 불러요.”라며, 무려 47번이나 여행객 인솔을 했다. 

백두산 천지 여행은 일기가 고르지 않기에 많은 여행객이 천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단 2번만 못 보고 나머지는 좋은 일기 가운데 여행을 했다면 운이 너무 좋은 여행기획가라고 할 수 있다.

하 대표의 대표 여행작품은 '미국 서부-동부-캐나다 10박 12일 패키지 여행'이다.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본인이 직접 인솔하는 이 상품은 매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미국은 워낙 넓어서 보통 서부나 동부 중 하나만 가게 되잖아요. 하지만 두 번 가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모든 하이라이트를 한 번에 담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쇼핑보다 체험을, 옵션 관광보다 현지의 문화를 중시한다. 그는 “진짜 여행이란, 돌아와서 또 가고 싶다는 말을 듣는 여행이죠.”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의 여행업 인생에 가장 큰 위기였다.

그는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시절엔 정말 막막했죠. 하지만 이 일이 제 인생이니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했다. 그리고 더 깊어진 고객들과의 관계는 그에게 또 다른 보람이 되었다.

그는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만들고 싶어요. 돌아와서 '정말 좋았다, 또 가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찹니다."고 말했다.

하 대표의 또 다른 특기는 계절별 맞춤 여행이다. 그는 "여행은 타이밍이에요. 같은 곳이라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거든요. 30년 동안 쌓인 노하우로 최적의 시기를 추천해 드리죠.“라며 6월에는 북유럽의 백야를, 8월에는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10월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단풍을 제안한다.

지금도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비행기에 오른다.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초행길을 나서는 여행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도 여행업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죠. 여행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가슴이 떨릴 때, 떠나세요. 그게 진짜 여행의 시작입니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