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품은 시 '밥이 무섭냐'

“문학은 삶을 재현하는 예술이며, 시는 그 삶의 결을 가장 섬세하게 담아내는 언어의 꽃이다”라는 말이 있다.

조미애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밥이 무섭냐』를 출간했다. 꽃씨를 거두며 출간 이후 8년 만이다.

그녀가 펴낸 이번 시집은 시의 본령을 꿋꿋하게 지켜내며, 일상의 미세한 떨림과 자연의 속삭임, 시대와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진솔한 언어로 풀어낸 시적 정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미애 시인은 1983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40여 년이 넘게 한국 현대 시의 궤적을 따라 충실히 걸어온 시인이며, 동시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수필 문장강화를 지도하며 문학적 후학을 양성해 오고 있는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물리학을 전공한 이과적 이성으로 중등교단에 근무하는 동안 전북과학교사교육연합회 회장 등을 맡았으며 참여정부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책임을 다하였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전북대 등 도내 대학에서 대학생들에게 교육학을 10년이 훨씬 넘게 지도하는 등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한 현실 감각으로 삶과 자연을 관조하는 섬세한 시심이 결합한 그의 시는, 독자에게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번에 출간한 『밥이 무섭냐』는 시인의 시선이 삶과 자연, 그리고 사람의 내면으로 더욱 깊어졌음을 증명하는 작품집이다.

제목이기도 한 시 『밥이 무섭냐』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감내했던 삶의 무게를 가슴 뭉클하게 되새기게 한다.

자식의 끼니를 걱정하며 자신의 욕망은 접어두고 살아오신 세대의 어머니들, 그 세월의 눈물과 애환을 조미애 시인은 적나라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녹여낸다. 그것은 슬픔의 과잉이 아니라, 공감의 언어다.

이번 시집에서 108편의 아름다운 문장의 시를 5부에 걸쳐 표현해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번 시집을 통해 특히 인상 깊게 느껴졌던 부분은 시인의 생활과 여행, 그리고 농사일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이다.

러시아의 이국적인 풍경과 전북 들녘의 흙냄새가 시인의 손끝을 따라 한 편의 시가 되고 꽃잎이 되고 뿌리 깊은 나무가 되었다.

그의 시는 감각적이기보다는 정직하고, 감상적이기보다는 사려 깊다. 그것이 조미애 시인이 지닌 미덕이자 시집 전체에 깃든 미풍과 같다.

화분 속에서 피고 지는 나팔꽃을 바라보며, 텃밭에서 손끝으로 느끼는 흙의 감촉을 시어로 길어 올리는 섬세한 감수성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지를 말없이 들려준다.

『맹그로브 게』에서는 생태적 사유를 통해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윤리를 시로 구현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잊기 쉬운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상기시킨다.

조 시인의 문학은 개인의 삶을 넘어서 공동체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전북 여성 백일장 50주년을 맞아 쓴 시에서는 지역 문학의 역사와 여성 문학의 성취를 함께 기리는 울림이 담겼다.

그의 시에는 춤추는 장구 소리와 함께 피어오른 전북 여성 문학의 위대한 발걸음이 담겨 있으며, 이는 단지 하나의 기념시가 아닌, 시대와 공동체를 품은 다큐멘터리적 서사라 할 수 있다.

조미애 시인은 지금도 전북대학교 평생대학원에서 시와 문장 강화 강의를 통해 사회 각계의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성인 학습자와 호흡하고 있다.

전업 문인이 아니었음에도, 10대의 소녀적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여 평생을 살아왔다. 그녀는 ‘문학이란 삶 그 자체’임을 몸소 보여주는 시인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그녀는 배움에 목마른 이들에게 시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고, 말의 온기를 전해주며, 사회 곳곳에 문학의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문학은 읽는 이보다 쓰는 이를 먼저 구원한다고 했던가? 조미애 시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진솔한 삶과 그녀의 시는 자신의 삶을 정제된 언어로 되비추며 자신을 위로하고, 나아가 타인을 품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시는 거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사소함의 진실함이야말로 시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이 무섭냐』는 밥처럼 소박하고, 밥처럼 따뜻하고, 밥처럼 우리를 살게 하는 시집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이 험난한 시대에 필요한 시는 어쩌면 이렇게 조용히 곁을 내어주는 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찌든 세파 속에서 평생 교직이라는 성직을 지키며 봉사의 삶을 살아낸 조미애 시인의 남은 생을 적극 응원한다.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녀적 감성을 잊지 않고 문학에 심취하여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는 시인, 조미애 시인이 낸 시집 『밥이 무섭냐』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