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인 전통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표 문화예술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올해로 24회를 맞아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K-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도전에 나선다.
전북특별자치도 이정석 문화체육관관광국장과 전주세계소리축제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10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올해 추진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추진 사항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2025년 소리축제는 오는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 동안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전주 일원에서 개최된다. 축제는 총 61개 프로그램, 73회 공연으로 구성돼 국내외 관객들에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국립극장과 공동 제작한 창극 '심청'이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 요나 킴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작창에는 한승석, 작곡에는 최우정 등 국내외 정상급 창작진이 참여했다.
전통 ‘심청전’을 효녀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인류 보편의 가치와 사회적 약자의 상징으로 재해석한 이번 작품은 개막공연으로 세계 초연되며, 창극의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시도를 담는다.
이와 관련해 소리축제 측은 국립극장과 2023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통예술의 현대화와 국제화를 위해 공동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번 '심청'을 글로벌 대표 콘텐츠로 확장해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소리축제는 2001년 첫 회를 시작으로, 전북을 대표하는 장수 축제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세계 음악전문지 송라인즈(Songlines)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 페스티벌 25’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9·2020년 세계뮤직차트 TWMC에서 2년 연속 1위, 2024년에는 2위를 기록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판소리 다섯마당’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완창 공연으로 구성되며, 김일구, 이난초, 조상현, 신영희, 윤진철 등 국창급 명창들이 출연해 판소리의 진수를 선보인다. 또한 젊은 소리꾼을 발굴하는 '청춘예찬 젊은 판소리', 창작 판소리 오디션 '소리 프론티어', 아침 음악회 '전주의 아침' 등 다양한 기획공연도 마련됐다.
현대음악과의 융합을 통해 판소리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도 주목된다.
'범 내려온다'로 대중적 인기를 끈 이날치를 비롯해 국악과 팝을 넘나드는 송소희, 클래식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고잉 홈 프로젝트’,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풍류대장’ 우승팀 서도밴드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한편 세계 각국의 음악과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12개국 12개 팀이 초청돼 월드뮤직의 향연을 펼칠 예정이며, 한-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플라멩코, 민속 음악, 바로크 음악 등으로 구성된 '스페인 특집'도 특별 편성됐다.
이번 축제는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며 국비 4억 5천만 원, 3년간 최대 13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축제 측은 이 예산을 바탕으로 세계 공연 예술 전문가 초청과 글로벌 마켓 운영 등 K-전통예술의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이정석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소리축제는 전북자치도의 전통을 잇는 명품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는 전북의 평가를 받는 축제를 넘어, 전 세계인의 평가를 받는 세계 속의 축제로 한층 더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리축제는 전북의 지역 문화와 세계 전통음악이 소통하는 장이자, 판소리라는 유무형 문화유산이 미래세대와 함께 공존하며 진화하는 대표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컬쳐의 뿌리에서 시작한 이 전통축제가 문화올림픽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며 전 세계인의 사랑받는 축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만호 기자·장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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