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25일 국회를 찾아 윤석열 정부의 지난 3년을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었다"며 작심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3년이었다.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나날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시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기 침체와 저성장 문제, 수출 성적 악화 등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 데도 국가재정은 제 역할을 못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회피했으며 2027년까지 60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총체적인 국정 파탄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니다. 집권 세력의 낡은 이념과 낡은 세계관, 낡은 안보관과 낡은 경제관이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초래했다"며 "방심하면 언제든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었다"며 "방심하면 언제든지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늘 '깨어 있는 시민'(깨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역사의 반동을 막고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대선과 관련해 "퇴행과 전진을 반복해 온 역사도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국민이 선택하게 될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북정책을 두고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다. 남북 관계는 지난 3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고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대 정부의 노력과 성과는 송두리째 부정됐다"며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손을 잡고 군사 분계선을 오가며 통일로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남북 관계가 9년여의 퇴행을 뒤로하고 본궤도로 돌아왔고 판문점은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하는 무대로 전환됐다"며 "그러나 그로부터 7년 지금 우리는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 관계의 위기와 우발적 군사충돌까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3 계엄을 상기해보면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북 충돌을 유도하려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며 "이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그 힘으로 평화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려야 한다. 대결을 넘어서고 신뢰를 쌓으며 평화의 지평을 확장했던 그 역사를 반드시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 없이는 위기를 관리할 수도 평화를 만들 수도 없다. 대화를 재개하고 걸음을 재촉하고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서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며 "국회도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남북이 주도한 4.27 판문점 선언은 9.19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합의로 이어졌고 북미 정상회담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됐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그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민주당은 평화의 정신을 계승해 다가올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김경수·김동연 후보도 참석했다.
김경수 후보는 이날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기소에 대해 "검찰이 왜 수사 기능이 해체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각인시켜준 사건"이라며 "더이상 검찰에게 수사 기능을 맡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수사검찰, 정치검찰은 다음 정권 교체 이후에 차기 민주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남 지역 일정을 소화 중인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 후보를 대신해 윤호중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7년 전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마주 앉았고 전쟁 없는 한반도와 공동 번영을 위한 역사적인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금, 적개심과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으로 남과 북의 소통은 단절되고 신뢰가 훼손됐다"며 "남북이 다시 대화하고, 협력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주변국들과 협력하며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를 펼쳐간다면 우리는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넘어 남북 모두의 사회·경제적 비용의 절감과 동아시아 협력 및 공동 번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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