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시네필전주 상영작과 올해의 게스트 시네필을 전격 공개했다. 앞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경쟁 선정작을 비롯해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공모, 비경쟁 선정작을 공개한 바 있다.

시네필전주 섹션은 영화적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네필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고전영화, 역사와 장르, 창작자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교차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역사의 부분들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작품을 초청한다. 어느덧 4년 차를 맞이한 이번 시네필전주는 주한호주대사관을 비롯한 하버드필름아카이브(HFA), 브라질 시네마테카 카피톨리우(Cinemateca Capitolio) 등 세계 유수 기관과 협력한다.

지난 2023년 첫선을 선보인 게스트 시네필은 영화 복원 및 보존 분야의 저명한 인물을 초빙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네필전주의 미니 섹션이다. 올해는 호주의 저명한 영화 평론가인 에이드리언 마틴을 초청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국가의 주요 영화 잡지에 기고해왔으며, 디스포지티프 개념을 정립해 미장센 중심의 영화 이론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게스트 시네필 섹션에서는 에이드리언 마틴이 “또 다른 호주 영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라는 주제로 선정한 7편의 호주 영화를 상영한다. 주류를 넘어 실험적인 영화들을 제작하는 독립영화감독 빌 머술러스와 마고 내시, 커린 캔트릴의 작품들이다.

에이드리언 마틴이 전주에 방문하는 것은 2009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16년 만이다. 그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게스트 시네필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며 “2009년에 이 멋진 영화제에 처음 방문했었고,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편집한 차이밍량 행자 연작에 기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의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 제작 현장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전주를 찾았다”며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에 대한 설렘을 표했다.

5월 3일부터 5월 8일까지 호주문화주간을 맞이해 선정된 영화들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호주 영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된 활기차면서도 우울한 뮤지컬인 빌 머술러스 감독의 신작 <스털링의 내 사랑>(2023)과 백인 가족과 원주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마고 내시 감독의 <무소유>(1994), 커린 캔트릴 감독의 <이 생의 몸>(1984)을 포함해 총 7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특별히 16mm 필름으로 관객과 만나는 <이 생의 몸>은 대부분 정적인 정지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커린 캔트릴 감독이 직접 더빙했다.

이 밖에도 브라질 시네마테카 카피톨리우 레오나르두 봄핑 프로그래머의 주도로 복원한 <하나는 적고 둘은 좋아>(1970)와 브라질의 유명 가수 카에타누 벨로주가 잠시 출연하는 <새로운 물결>(1983)도 상영된다. 브라질의 70년대와 80년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브라질 시네마의 중요한 순간을 소개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영화제의 좋은 동행자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헤이든 게스트 원장도 올해 다시 시네필전주를 찾는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와 전주국제영화제는 3년째 35mm 필름상영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헤이든 게스트 원장은 영화 속에서 동물과 자연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보여주는 영화를 선정했다. 레오나르두 봄핑, 헤이든 게스트, 에이드리언 마틴은 영화 상영 후 강연을 통해 관객과 ‘영화로의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종전과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80주년을 맞이해 40년 전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클로드 란즈만의 <쇼아>(1985) 복원판과 원작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미지와 이야기를 담은 기욤 리보의 신작 다큐멘터리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2025)를 함께 상영한다. 2018년에 작고한 란즈만은 올해로 100세가 되었다. 그의 걸작은 “과거를 잊은 사람은 역사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을 여전히 입증한다.

영화의 복원과 보존에 기여하는 ‘시네필전주’와 미니섹션 ‘게스트 시네필: 에이드리언 마틴’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