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gallery숨 개관 10주년 기획 초대전으로 김영란 작가의 12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PLATFORM'에 참여했던 47명의 작가 중 15명이 다시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 'PLATFORM AGAIN'이라는 기획 아래 릴레이 개인전을 펼치며 그들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PLATFORM'은 서로 다른 개성의 작가들이 숨이라는 플랫폼에서 서로 소통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또 다른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이다.

작가에 따르면 돌아가신 엄마가 남기고 가신 모시, 삼베, 명주 등의 옷감을 오랜 기간 간직해 오며 언젠가는 이것들을 작품으로 풀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한다. 그러던 중 지인들은 그들의 엄마가 남기신 천들을 작가에게 보내왔고 엄마들의 이름 석 자, 행복했던 시절들의 사진들을 보내 차근차근 작가의 

숙제를 도왔다.

작가는 작업에서 이 땅을 살다간 질박했던 그들의 삶과 자태를 다시금 소환한다. 이름 없는 풀꽃처럼 강인하지만 애잔해 자꾸 자꾸 눈길이 가는 그 얼굴들을...

소박한 그들의 이름을 곱디고운 실로 수를 놓고, 시집올 때 좋은 길로 인도 해줄 거라 만들어 주셨던 버선을 생각하며 엄마가 남긴 오래된 명주로 엄마의 저승 길, 고운 길로 훨훨 가시라 한 땀 한 땀 만들어 본다. 또한 엄마가 남기신 옷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을 화려한 기계 자수를 콜라보하여 엄마의 남모를 숨은 붉은 마음을 뒤늦게나마 보여 주고자한다. 거친 삼베와 모시 등으로 캐스팅한 신발을 나열 벽면에 설치한 <울 엄마 계 타던 날>은 어려운 살림에 살뜰하게 계를 부어 목돈을 마련하던 그 부푼 날을 거친 신발 위 고운 꽃으로 표현하였다. 시아버지가 간직하셨던 시어머니의 선 볼 때 보내온 사진, 지인들이 보내준 귀한 아들 돌때의 엄마의 당당한 사진, 봄날 이화꽃가지 살포시 잡고 찍은 엄마의 처녀시절, 큰 아들 장가보낸 젊은 엄마 등...을 실크스크린으로 옮겨 그들의 아름다운 시절을 다시금 그려보게 한다. 

끝으로 작가는 자수, 바느질, 판화, 캐스팅 등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각각의 설치 공간을 흥미롭게 꾸미고 있으며 일관성 있는 주제로 그 흐름을 잘 이끌어 우리의 엄마들을 다시 기리고 그리워하게 만든다.  

김영란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전북대학교, 전주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강사로, 2019년에는 팔복예술공장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장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