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예사롭지 않은 금년이다. 태풍 이름이 내 입에서 조차 오르내리 다니 링링, 타파, 미탁, 오늘따라 다급한 관리실 안전방송에 창문이 먼저 놀랐는지 요란하다. 창문을 닫으려하니 한참 아래 텃밭에서 허리 굽은 할머니가 비설거지 하시는지 분주하다.

 아! 어머니! 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동문서주 하시는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머니는 시집오기 전 산골에 살았지만 논밭일을 모르고 살았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하는 일은 길쌈질 하고, 수놓으며 바느질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하셨다. 시집 와서도 어머니는 그 일을 계속 하였다. 허나 사람 사는 일은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게 삶이다.

 일곱남매 올망졸망한 것들을 보고 어찌 방안에 앉아 하는 일만 할수 있는가? 야문 손 끝은 차츰 밖으로 나오기 시작해 논밭일까지 척척 해 대니 어머니 손은 언제 부턴가 집안의 가보와 다름없었다.

 내 손이 야물다고 고향 친구들은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 어머니의 손끝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비근한 예로 어머니와 같이 고사리 끊으러 가면 손이 어찌나 빠른지… 고추 고랑에 고추를 따러 들어가도 어머니는 금세 저만치 앞서가 계신다.

 우리 엄마 손끝야무지다는 말은 어려서 할아버지께 너무 많이 들었지만 사실 그게 뭔 말인지를 모르고 들었다는 말이 맞을게다. 어머니 솜씨 자랑 좀 해보고 싶다. 명절에 어른들께 세배하는 중에도 한 손엔 유가를 입에 넣다 혼난적도 있으니 그 맛을 어찌 잊으랴? 그 이유는 어머니의 손맛이다. 특히 누룩으로 빚은 동동주는 우리 부락 뿐만 아니라 이웃동네 잔치에 쓰일 술까지 부탁을 받을 정도 였으니 더 말해 뭐하랴 모든 음식이 그렇듯 요즈음 양념을 개량하고 시간까지 재가며 조리하여도 각기 다른 맛이 나는게 음식이라.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