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5시,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군산시 해망동 위판장 주변 거리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몇몇 상인들만 오고갈 뿐 한산하다.

하지만 군산시 환경미화원 박종석(46·가명)의 손놀림은 간밤에 버려진 쓰레기와 새벽 경매로 인해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박씨는 연두색 야광작업복에 장화, 안전모, 토시, 장갑을 착용한 다음 커다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일을 나서고 있다.

박씨가 청소를 맡은 구역은 어민들이 잡아 올린 다양한 어획물의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과 수산물을 판매하는 시장들이 들어서 쓰레기 배출이 많은 취약지역이다.

그의 하루는 오전 5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오전은 6시부터 11시까지, 이 시간에는 대부분 각자 맡은 구역을 돌면서 전날 내놓은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고 도로변을 청소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자기 구역의 모든 작업을 마쳐야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하다.

5시가 조금 넘어서자 본격적으로 청소작업이 시작됐다.

여기 저기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담배꽁초 등을 플라스틱 빗자루를 세워 치워내는 그의 모습은 '생활의 달인' 처럼 느껴진다.

그는 "쓰레기를 정해진 장소에 제대로 버려주기만 한다면 저희들의 어려움도 적어질 텐데요…"라 면서 “우리가 청소 중인 것을 보면서도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도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는 박씨가 허리를 펴고 3m를 걸어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행락철에는 관광객들이 남긴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상가 계단 앞에는 고기들을 담아 놓았던 상자들이 여기 저기 널 부러져 있어 청소를 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쓰레기 수거가 끝난 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잠시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분리가 안 된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분리하느라 손길이 바쁘다.

박씨가 일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넘어서자 상의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이곳에서는 가끔씩 평소보다 쓰레기가 2배 이상 더 나오기도 하는데 특히 관광객들이 방문한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후가 되자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각종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 눈에 띈다.

쓰레기 수거차량은 쓰레기를 현장에서 압축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반 쓰레기에 함께 버린 음식물이 튀어 몸이 더럽혀지고, 유리가 튀거나 부탄가스가 터지는 등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실제 이들 환경미화원들의 산재 사망률이 일반 직업의 10배에 달하고 소방관보다 3배 가량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골목길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차량들이 많이 다니는 큰 도로를 청소할 때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또 강도 높은 노동으로 자기 몸집보다 더 큰 쓰레기를 수거용 트럭에 던져 올리다 보면 추운 겨울에도 어느새 몸에 김이 풀풀 나고 땀이 흐르는 고된 직업이다.

이처럼 힘들고 위험한 직업이기는 하지만 조기퇴직과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기는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채용 공고가 나면 대학을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자들도 지원을 할 정도다.

이는 월 평균 급여가 300여만원 수준인데다 정년(60세)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도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홀대를 받기 일쑤다.

이러다 보니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식사도 일반인들을 피해 한적한 식당을 찾아 간다.

환경미화원 9년차인 김민수(48·가명)씨는 "육체적으로도 힘이 들지만 가장 힘든 것은 냄새나는 쓰레기도, 육체노동도 아닌 일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져 맛 있는 음식을 내어주거나 시원한 음료수도 챙겨주곤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며 생각 없이 쓰레기를 버릴 때 환경미화원들은 떨어진 꽃잎과 쓰레기를 줍느라 분주하다.  

특히 대형 행사를 치루고 나면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배출돼 환경미화원 한 사람이 수거해야하는 쓰레기는 30톤에 달해, 이들은 행사가 치러질 때마다 각종 쓰레기와 전쟁을 치루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낙엽을 치우는 건 기본이고 낙엽으로 인해 하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배수구 청소까지 도맡아 하고, 한 여름에는 무더위와 비바람 등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리지만 이들은 항상 묵묵하게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민 박초영(36)씨는 "매일 아침 은파유원지에서 운동을 하며 환경미화원을 만나는데 그분은 항상 웃는 얼굴로 먼저 인사를 한다"며 "고된 작업을 하시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시민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밝은 미소를 전하는 환경미화원 분들이 있기에 깨끗한 환경속에서 생활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군산=문정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