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주관해 온 국민생활체육회가 하나로 합친 통합 대한체육회가 닻을 올렸다.

지난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창립 이후 분리 됐던 두 단체는 25년 만에 '대한체육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게 됐다.

통합 체육회의 출범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시스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체육 복지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순탄치 않았던 통합 과정

지난해 3월 두 단체를 통합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정부와 양 단체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단일화를 준비했다.

통합추진위는 법정 시한인 이달 27일까지 통합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수 십 차례 크고 작은 회의를 거쳤다.

통합 준비 과정에서 두 단체의 갈등과 불신은 물론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열린 발기인 대회에는 11명의 통합추진위 위원 중 5명이 불참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파행을 빚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나서 통합을 미룰 것을 권고하면서 추진위는 대표단을 꾸려 스위스 로잔 IOC 본부로 날아가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일 발기인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렸고, 대한민국 체육 발전이라는 원대한 목표 아래 뜻을 같이 했다. 지난 21일 법인 설립 등기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면서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3일에는 통합 체육회의 공동 수장을 맡은 김정행 회장과 강영중 회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25일에는 첫 이사회를 열어 다양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등 본격적인 통합 체육회로서의 행보에 나섰다.

◇엘리트 중심에서 생활체육 중심으로

통합체육회가 예정대로 닻을 올리면서 대한민국 스포츠는 일대 변혁의 시기를 맞게 됐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전신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창립으로 국내 스포츠 시스템은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으로 이원화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올림픽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으로 다른 나라의 찬사를 이끌어냈지만 이면에는 얇은 선수층과 턱 없이 부족한 체육 인프라가 존재했다.

엘리트 스포츠는 운동선수 육성에 집중하고 생활체육은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을 위한 일반인들의 스포츠 활동에만 관여했지만 실제로 정부 지원과 체육 여건은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체육회 통합으로 엘리트 선수가 중심이 된 학원 스포츠 주도의 체육 인재 육성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에 산재한 클럽(동호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뿌리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당장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음 시킨 엘리트 중심의 학원 스포츠가 막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스포츠를 즐기는 생활체육인들이 엘리트 체육의 초석이 되고 자양분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양대 체육단체 통합은 한국 스포츠가 미국식의 학원 스포츠에서 벗어나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클럽 시스템으로 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평가했다.

◇스포츠 선진국 향한 발돋음…체육복지의 시작

지난 2012런던올림픽 종합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를 비롯해 2위 중국, 4위 러시아는 엘리트 스포츠 위주의 선수 육성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를 갖춘 미국을 제외하면 엘리트 선수 육성에 치중하는 것이 스포츠 강국으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지름길인 셈이다.

반대로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로 막는 걸림돌이 되어 왔다.

따라서 체육회 통합은 엘리트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체육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스포츠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이같은 시스템의 변화가 가져올 효과는 이미 여러 나라를 통해 입증됐다. 클럽 중심의 스포츠 시스템이 자리 잡은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호주, 일본 등을 통해 스포츠 선진국이자 여전히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지위도 함께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단계별 리그 운영을 통해 엘리트 선수들과 동호인들이 함께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우수한 선수를 발굴 육성하게 된다. 

엘리트 체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부족했던 생활 체육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 확보와 지원이 늘어나면 선수 출신이나 심지어 국가대표를 지낸 엘리트 선수 출신 지도자가 일반 생활 체육인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엘리트 체육인들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제 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학교 체육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방과후 클럽 활동이 활성화되면 운동에만 매진하던 학생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에 참여한다. 일반 학생들도 운동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