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골든글로브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비롯해 여우주연상 수상작 ‘룸’,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이’, 그리고 각본상과 여우조연상 2관왕에 오른 ‘스티브 잡스’가 개봉을 앞뒀다. 음악상을 받은 ‘헤이트풀 8’은 한창 상영 중이다. 

7일 개봉한 ‘헤이트풀8’은 8명의 악당의 밀실 생존게임을 그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수다스러운 게 딱 ‘타란티노표’ 영화다.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 중인 ‘도룡뇽’ 이동휘가 자신의 SNS에 이 영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헤이트풀8’에서 새뮤얼 L 잭슨은 문워크를 하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글을 남겼다. 

영화광인 타란티노 감독이 디지털 시대의 유물인 울트라 파나비전 70㎜로 찍었는데, 정작 이 영화를 상영할 영사기가 뒷받침되지 않아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라는 불만을 자아냈다. 국내에서는 단독 개봉한 CGV가 와이드 스크린을 많이 열지 않아 관객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후 영등포 스타리움 등이 추가 배정됐는데 “보러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 그래도 오늘 보러갑니다” “그래도 내 헤이트풀8을 막을 수 없다” “스타리움 노숙확정” 등 영화관람 사수에 나선 팬들의 투지가 회자되고 있다. 

14일 개봉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주연작이라는 점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골든글로브 특수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드라마 부문 주요상을 휩쓸었다.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주연배우 디캐프리오는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생애 첫 오스카 수상도 점쳐지고 있다.

8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누르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주말에 다시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스타워즈’ 개봉 이후 독주에 제동을 건 첫 영화였다. 미국 서부 역사에서 전설적 인물로 꼽히는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홀로 버려진 한 남자의 혹독한 생존기이자 복수기다. 

할리우드의 신성 브리 라슨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룸’은 3월 개봉예정이다.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마션’을 누르고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도 실화다. 7년 전 열아홉 소녀 조이는 한 남자에게 납치당해 작은방에 갇힌다. 세상과 단절된 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잭을 낳고 엄마가 된다. 그런 24세의 엄마 ‘조이’와 작은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였던 5세 아이 ‘잭’이 펼치는, 진짜 세상을 향한 탈출을 그렸다. 2010년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고 아마존에서 36주간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마이클 패스빈더 주연의 ‘프랭크’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신작이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은 상복 많고 돈 복도 많은 제니퍼 로런스가 받았다. 로런스는 2013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제70회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로런스가 이번에 또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안았다.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로런스와 인연이 깊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에 이어 ‘아메리칸 허슬’(2013) 그리고 ‘조이’까지 세 작품을 함께 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조이 망가노가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대의 히트 상품을 발명하면서 기업가로 성장하는 실화를 그린 영화다. 가난하고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조이 역을 맡은 로런스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무게감으로 열연을 펼쳤다. 상반기 개봉예정.

21일 개봉하는 ‘스티브 잡스’는 각본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하고 ‘소셜 네트워크’(2010)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에런 소킨이 각본을 쓴 영화다. 

세상을 앞서간 3번의 혁신적인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그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열기와 천재 ‘스티브 잡스’의 열정과 광기를 펼쳐낸 영화다. 마이클 패스빈더가 잡스, 여우조연상을 받은 케이트 윈즐럿이 애플의 마케팅 책임자이자 잡스의 오피스 와이프 ‘조애너 호프먼’을 열연했다. 

연극의 3막을 보는 듯한 파격 구성에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배우들의 핑퐁 연기에 스크린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무엇보다 잘 모르는 잡스의 이면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작품으로, 능력과 인격을 모두 갖춘 천재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