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알려드립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이 들린 지는 꽤 오래됐지만, 요즘 우리 국민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10권이 채 안 된다.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선 10세 이상 국민 중 하루 10분 이상 책(교과서 등 학습도서 제외)을 읽은 사람은 10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과 취업, 업무와 육아 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고되게 보내다 보면 책을 ‘안’ 읽는다기보다 ‘못’ 읽는다는 말이 더 맞는 듯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 책을 읽으려고 해도 그게 끝은 아니다. 막상 무엇부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래서 더 책 읽기가 어렵다.

이럴 때 남들은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책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출판가에서는 독서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위험한 독서의 해

앤디 밀러 지음/ 신소희 옮김/ 책세상 펴냄/ 424쪽 / 1만5000원

‘위험한 독서의 해’는 저 멀리 영국에서 건너왔다. 저자 앤디 밀러는 서점 직원 출신 출판 편집자로, 당연히 ‘책쟁이’라 불릴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역시 회사에선 일에, 집에선 육아에 치이는 생활을 하다 보니 막상 읽는 것은 업무 관련 이메일과 우편 광고물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들린 서점에서 미하일 불가코프의 책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사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독서 인생에 전환점이 된다.

“바로 그때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잘린 머리가 자갈 위로 굴러 나왔다’는 대목을 마주한 순간,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일상생활은 며칠만 제쳐두자. 다만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시도해보자.”(46쪽)

책 읽는 ‘맛’을 다시 알게 된 그는 이어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집는다. 그러나 여기에서 위기에 봉착한다.

“일주일 동안 간신히 100쪽 가량을 넘긴 후 나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갑자기 수십 가지 일들이 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오븐 청소든, 오랫동안 미뤄왔던 서류 정리든, 그놈의 끔찍한 책을 집어 드는 것만 아니면 뭐든 좋았다.”(66쪽)

숙제하기 위해 책상 앞에만 앉으면 해야 할 딴 일이 무수히 생각났던 우리의 학창시절을 보는 듯하다.

이 때 아내가 현명한 조언을 한다. “하루에 50쪽씩 읽어 내려가고 치워버려.”

아내의 조언은 탁월했고, 그렇게 밀러의 ‘독서의 해’가 시작됐다.

‘미들마치’의 고비를 넘긴 그는 ‘인생 개선 도서 목록’을 만들었다. 이 목록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나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디킨스의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처럼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도 있었지만, 우엘벡의 ‘소립자’나 부코스키의 ‘우체국’, 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 등 현대 문학도 있었다. 심지어 그래픽 노블인 ‘실버 서퍼 에센셜’이나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 연구서인 ‘크라우트록 샘플러’ 같은 의외의 책도 있었다.

그렇게 밀러는 자신이 목표로 한 50권을 모두 탐독했고, 저서를 통해 그 경험을 공유한다.

그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내던지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말하다가도, 읽고 난 뒤에는 ‘천재의 작품’이라고 칭송하는 등 솔직한 감상을 이어간다. 또 그 책에 얽힌 자신의 에피소드를 풀어 사람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밀러의 도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독서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우리는 목록을 만들 때 국내 도서도 포함해 도전하면 더 좋겠다.

참고로 이 책에는 소개하는 책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스포일러를 발설하지 않고 책 내용을 소개하기는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부록으로 ‘인생 개선 도서 목록’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권’ ‘앞으로 더 읽으려는 책들’ 등이 실려 있다.

◇리더의 서재에서

윤승용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80쪽/ 1만6000원

대학 초 감옥에 있을 때 읽었던 책들이 인생 항로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신문사 근무 시절 매일 점심시간마다 청계천 변을 따라 헌책방에 다녀오곤 했다는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아버지가 물려준 책을 들춰보다 그어진 밑줄을 발견하고 자신도 이를 본받아 결국 ‘아침편지’를 배달하게 됐다는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가방 안에 늘 책을 갖고 다니면서 이동하는 차 안이나 약속 시간 전에 틈틈이 책을 읽는다는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일반인이 야구를 좀 더 쉽게 느끼도록 야구해설서를 저술하는 허구연 프로야구 해설위원….

분야를 막론한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이야기를 모은 인터뷰집이다. 자신의 삶에 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인생을 바꾼 책과 그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담았다.

▲하루 30분이라도 짬을 내어 무조건 책을 읽는다 ▲사무실, 거실, 화장실 등 곳곳에 책을 두고 유목민처럼 읽는다 ▲한 명의 저자를 선정하고 대표작부터 모든 책을 완독한다 ▲신문의 북 섹션은 물론 해외 신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이 나오면 그와 관련한 책을 찾아 읽는다 ▲독서 중에 떠오른 생각은 반드시 메모한다 등 그들이 비범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특별한 독서습관도 알 수 있다.

인터뷰 말미마다 리더들이 직접 추천한 책 리스트도 담았다.

◇마음고전

김환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336쪽/ 1만3000원

오랜 독서 경험과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닌 저자가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고전 41권을 선별해 소개하는 ‘독서 안내서’다.

유대인의 제2경전인 ‘탈무드’, 프랑스 고전작가인 라로슈푸코의 ‘잠언집’,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향연’ 등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고전에서부터,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해 특별히 고전으로 꼽은 자기계발서와 소설까지 총망라했다.

또 독자가 처한 상황이나 안고 있는 문제에 따라 ‘어떤 책을 골라 읽을 것인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한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만큼’ 운 나쁜 이들에게는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의 ‘행운 인자’를, 고급 웃음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프랑스 대문호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를, 진지하고 삐딱한 이들에게는 ‘긍정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시선(詩選)’을 추천하는 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죽을 땐 현명한 사람이 되어 죽고, 살 때는 미친 듯이 살라”(세르반테스 ‘돈키호테’) 등 저자가 ‘탐서가’의 눈으로 발견한 고전 속 명문장들도 가득하다.

책 탄생 배경이나 작가와 얽힌 아이러니하고 유쾌한 일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