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드라마에 이어 웹드라마

웹툰을 원천 콘텐츠로 활용하는 매체로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웹드라마나 모바일게임 그리고 파생상품으로 캐릭터 용품 및 OST 음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제작이 가속화되고 있는 웹드라마가 특히 웹툰을 애용하는 추세다. 웹드라마 시장규모는 현재로선 미미하다. 하지만 성장가능성을 보고 올 초 지상파 3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KBS는 다음카카오와 손잡고 하반기부터 웹드라마 제작과 서비스를 정례화한다.

MBC에브리원, SBS플러스미디어, CJ E&M뿐만 아니라 심엔터테인먼트의 심C&M, iHQ 등 연예기획사도 웹드라마나 모바일 영화를 제작 중이다.

지금껏 가장 성공한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도 케이블채널 tvN에서 전파를 타기 전에 모바일 영화로 제작됐다. 주인공 장그래 역할의 임시완이 모바일 영화에 이어 드라마의 주인공을 꿰찬 경우다.

웹드라마 제작사와 웹툰 플랫폼 및 웹툰 에이전시간의 업무협약도 눈에 띈다. 최근 웹드라마 제작사인 클로버 이앤아이는 유료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와 MOU를 체결하고 ‘8군 플레이 그라운드 쑈’ ‘커서’ ‘그녀의 수족관’ 등 웹툰 10편을 웹드라마로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레진코믹스는 업계 내부에서는 네이버, 다음과 함께 빅3로 손꼽히는 웹툰 플랫폼이다.

심엔터테인먼트의 심 C&M도 인기작가가 소속된 '와이랩'과 파트너 관계다. 와이랩은 전 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 팔린 만화 ‘신암행어사’의 작가 윤인완이 설립한 웹툰 제작사 및 에이전시. ‘패션왕’ ‘조선왕조실톡’ ‘심연의 하늘’ 등 대표작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벨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웹툰의 기획 및 영상화, 게임화,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두 회사는 웹툰 원작 영화 ‘패션왕’을 공동 제작했다. 심 C&M가 제작한 웹드라마 ‘프린스의 왕자’는 와이랩 소속 재아의 웹툰이 원작. 심 C&M과 MBC에브리원이 공동 제작하는 ‘웹툰히어로-툰트라쇼’에는 와이랩 소속 작가들이 출연한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된 ‘웹툰히어로-툰드라쇼’는 국내 최초로 웹툰 작가가 방송프로그램 기획에 참여, 출연까지 하는 새로운 형식의 웹툰드라마. ‘패션왕’ '복학왕'의 기안84, '조선왕조실톡'의 무적핑크, '알 게 뭐야'의 김재한 등 인기 작가 세 명이 방송을 통해 각각 '청순한 가족' '조선왕조실톡' '내 남자는 육아도우미'라는 창작물을 선보인다.

심 C&M의 이영민 제작이사는 웹툰을 선호하는 이유로 “짧은 호흡의 웹드라마와 잘 맞다”고 답했다. 웹드라마는 러닝타임이 평균10분. 기존 드라마 작가들은 현재 웹드라마 대본을 쓰지 않을뿐더러 짧은 호흡의 웹드라마와 잘 맞을지도 미지수다.

이 이사는 “젊은 웹툰작가들은 짧은 호흡에 익숙하다”며 “오리지널로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작의 인지도와 팬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웹툰이 선호된다”고 했다.

웹툰 소재 모바일게임도 나오고 있다. 최근 화제인 모바일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와이디온라인)을 비롯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이브플렉스), ‘진진돌이’(퍼니스톤) 그리고 ‘노블레스’ ’신의 탑’ 등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중 지난 5월 출시된 ‘갓 오브 하이스쿨’은 웹툰 소재 원작 게임 1호다. 지난 5월21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단 열흘 만에 ‘안드로이드 모바일 게임’ 기준 매출순위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와이디온라인의 전찬홍 홍보팀장은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게임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갓 오브 하이스쿨’의 경우 연재 초기 웹툰을 접하고 게임화에 최적화된 콘텐츠라고 판단, 작가와 접촉해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했다"며 “상용화에 약 3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전 홍보팀장은 “최근 출시된 신작 게임 중 10위 안에 든 게 없다”며 “최고 6위까지 올라갔는데, 메이저 제작사도 아니고 마케팅도 별로 안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올 하반기 여러 종의 웹툰 소재 게임이 나오는 걸로 안다”며 “얼마나 시장이 커질지 현재로선 지켜볼 일이나 원작의 인지도 덕분에 일반게임보다 런칭 시 많이 도움된다”고 장점을 말했다.

웹툰 원작 게임의 경우 현재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웹툰 작가들의 수익 확대를 위해 모바일 게임 활성화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웹툰 옆에 ‘웹툰 게임하기’ 기능을 추가해 웹툰 창작자에게 원고료 이외의 부가수익 창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차정윤 과장은 “현재 ‘노블레스’ ‘신의 탑’ ‘소녀 더 와일즈’를 원작으로 한 게임을 개발 중”이라며 “창작자의 수익도 높아지는 윈윈 사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밖에 '이끼'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최근 게임 '화이트데이' 엔딩 개발에 참여하며 웹툰과 게임 간의 경계를 허물기도 했다.

'제2의 미생' 을 찾아라!

웹툰에 음악, gif애니메이션,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가 결합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상품으로 웹툰 OST를 꼽을 수 있다.

웹툰 OST사상 최초로 음원차트에도 진입했던 ‘패션왕’의 경우 2011 여름에 OST가 첫 출시됐고, 2013년 6월 15곡이 수록된 2CD를 선보였다. 당시 웹툰에 쓰인 ‘쿠아구아’의 음악들은 신선했고 비주류였던 EDM 음악을 매우 친근하게 대중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상반기에는 네이버 웹툰 ‘우리, 헤어졌어요’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매달 1개씩 OST를 시리즈로 출시했다. 이 웹툰은 위너의 강승윤과 투애니원의 산다라박이 주연한 웹드라마로 제작돼 지난 6월-7월 TV캐스트에서 방영됐다. 7월에는 ‘뮤즈로닉’이 작업한 호러 웹툰 ‘딥(Deep)의 OST가 출시됐다.

음반업계에 따르면 웹툰 OST에는 주로 가능성 높은 신인가수나 활동이 부진했던 기성 가수나 작곡가들이 작업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히트 친 웹툰 OST는 없으나 웹툰 원작 웹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되는 만큼 히트음반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웹툰 캐릭터를 이용한 머천다이징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11월 웹툰 캐릭터 투자 사업을 시작했다. 첫 투자 결과물인 다음 웹툰 ‘양말도깨비’ 주인공 ‘믕이’ 캐릭터 상품은 출시 1주일 만에 1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6월에는 온라인 마켓 옥션과 함께 기획 상품 판매전도 열었다.

네이버도 지난해 12월 사옥 1층 브랜드 스토어에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 170여 종을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애경과 손잡고 ‘마음의 소리’ 캐릭터를 활용한 ‘케라시스 쿨모닝 샴푸’를 출시했다.

이밖에 광고업계가 웹툰의 파급력에 주목하면서 ‘브랜드 웹툰’도 등장했다. 지난해 한화케미칼이 투자한 ‘연봉신’은 국내 최초 장편 브랜드 웹툰으로 기록됐다.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신입사원 연봉신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 웹툰으로, 당시 누적 조회수 5000만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종료된 중앙입양원의 브랜드웹툰 ‘피아노’는 입양의식 개선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렇듯 웹툰전성시대 이면에는 제2의 '미생'을 찾기 위한 꿈이 숨겨져있다. 콘텐츠산업의 목표는 원소스멀티유즈(OSMU)고, 웹툰 분야에 있어 성공표본은 ‘미생’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은 원소스멀티유즈에 성공한 대표적 웹툰으로 손꼽힌다. 웹툰 자체도 2013년 이미 누적조회수 10억 건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였지만, 2014년 10월 tvN 2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황금알을 낳은 거위’임을 증명했다.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시청률 6%를 상회했고 최고 7.8%를 찍었다.(12화 기준. 재방송, VOD제외). 광고는 6화 방영 당시 완판 됐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만화의 단행본이 방송 시작 일주일 만에 10만부가 판매됐다. 2014년 11월 한 달 동안에만 100만부가 추가 판매됐고 연말에는 누적판매량 200만부를 돌파해 ‘2014년 최다 판매 책’으로 기록됐다.

연재 완료된 웹툰의 ‘유료보기’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미생’을 계기로 유료보기의 ‘다음 대 작가’의 수익비율이 조정됐다는 후문이다.

‘미생’은 드라마에 앞서 모바일 영화로 등장인물 6인의 과거를 다룬 ‘미생’ 프리퀄을 방영했고 드라마 방영 중에는 ‘미생’ 번외편이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게재됐으며, 지난 1월에는 패러디한 2부작 드라마 ‘미생물’도 방영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보고서 ‘드라마 ’미생’을 통해 본 콘텐츠 생태계와 비즈니스 기회‘를 통해 “‘미생’은 공통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미디어 플랫폼에 따라 별개의 스토리를 결합해 이상적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콘텐츠 자체의 파급력에 힘입어 다양한 파생상품의 성공을 이끌었다. 캐릭터 상품이 그 예로 편의점 상품 유통 업체와 손잡고 제작한 캐릭터 상품들이 히트를 쳤다. 당시 GS25에 따르면 드라마가 첫 방영된 이후 약 1달간 ‘미생’ 캐릭터를 활용한 맥주컵, 스타킹, 종이컵, 양말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68.9% 증가했다.

특히 메모보드와 데스크매트 등 오피스 관련 제품은 ‘미생’ 방영 전과 비해 500% 이상 증가했다. 또 드라마 본연의 광고수입과 PPL은 물론 ‘다시보기’ VOD, OST 음원 등 다양한 채널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 강화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1월 보고서 ‘웹툰, 1조원 시장을 꿈꾸다’에서 “웹툰의 진짜 가치는 콘텐츠를 토대로 한 2차 활용, 즉 OSMU에 있다”고 강조했다.

/고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