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내놓은 전세 대책은 소형·임대주택 공급 및 전세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올해 공급키로 한 소형 분양 주택과 임대주택을 조기에 공급하고 민간에서도 공급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세제 및 기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세자금 지원을 늘려 전세값 상승에 대비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기를 조정해 이주수요를 분산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 당장 봄 이사철에 예상되는 전세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전세대란 우려 크지 않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최근 전세값 상승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전세대란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제했다.

 올해 입주물량이 작년보다는 감소했지만 그 폭이 크지 않고 미분양 아파트도 많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입주예정 아파트는 총 20만6000가구다. 이는 지난해 입주물량인 25만9000가구 대비 20.5%나 감소한 수치다.

 단 국토부는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6000가구로 지난해와 같고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 입주물량은 32만4000가구로 지난해(34만7000가구)와 비교해 감소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입주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겠지만 미분양·미입주 아파트를 감안한다면 전세 수급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선(先)전세 등의 가수요와 시기별·지역별 쏠림 현상으로 인해 전세난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소형·임대주택 공급에 초점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예상대로 소형 및 임대주택 공급이었다. 앞서 정종환 국토부 장관도 "전세값 안정은 임대 및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최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는 올해 공공부문에서 소형 분양과 임대주택을 약 12만7000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우선 당초 계획된 소형분양 2만6000가구와 임대 7만1000가구 등 9만7000가구의 공공주택을 올해 안에 예정대로 공급하되 공기단축 등을 통해 입주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또 경기 성남의 재개발 이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판교 순환용 주택 1300가구를 2월에 바로 일반 공급키로 했다. 다가구 매입 및 전세임대주택 2만가구도 새로 확보해 기존 매입분 6000가구와 함께 공급하고 LH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 2500여가구도 전월세 주택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부문의 소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도 마련했다. 우선 도시 소형 주택건설 사업자에 대한 주택기금 지원 금리를 현행 3~6%에서 2%로 낮추고 대출금 산정요건을 손질해 대출 한도를 늘렸다.

 대상 주택도 종전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한정됐지만 다세대 및 다가구,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대출한도가 종전의 50~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들이 임대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세제지원 요건도 상반기 중 개선된다. 또 4월 중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중단된 5년 임대주택용지 공급도 재개해 민간 건설사의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시키기로 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 조건도 완화해 6개월 이상 무주택조건을 없애고 총 대출규모도 1조원 늘려 6조8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면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전용 85㎡이하 주택에 대해 전세금액의 70% 이내에서 최고 6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게 된다.

 ◇"단기적 효과는 미미"

 정 장관은 이번 대책과 관련해 브리핑에서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대책은 내놓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에 공감했다.

 다만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책에 담긴 내용들로는 단기간에 전세값을 잡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소형 및 임대주택 공급은 물량도 중요하지만 어느 지역에 공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강남 학군수요처럼 국지적 전세값 상승요인에 대비한 공급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도 국민임대 입주조건을 완화해주거나 전세자금 대출조건에서 3000만원 이하인 소득제한을 높여주는 등의 추가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부문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5년 임대주택용지 공급을 재개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회수가 빨라진다는 장점은 있다"며 "그러나 주택기금 지원이나 세제지원 등이 뒷받침 돼야 임대주택 사업성이 제고되는데 이 같은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책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전세는 매매에 비해 수요의 탄력성이 낮아 공급보다는 수요를 잡아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요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정책적으로 전세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