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SK그룹의 지주사 재편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어 SK C&C와 SK의 합병 등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결정했다.

해당 임시주총은 26일로 예정돼 있다.

위원회 측은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선 공감하나, 합병비율이나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

다만 합병계약에 대해 참석 위원 중 찬성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합병 후 SK C&C 정관변경,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 상향조정 등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키로 했다.

앞서 SK C&C와 SK는 1대 0.73의 합병을 결의했다.

하지만 합병비율의 경우 최대주주인 SK 최태원 회장 일가 측이 43.45%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그룹 지주사에 가까운 SK C&C에 유리한 쪽으로 산정됐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됐다.

위원회에서 합병 반대를 결정했지만 합병 무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3월말 기준 국민연금은 SK 주식 337만5465주(7.19%)를 들고 있다. 반면 최태원 회장 일가 0.04%, SK C&C 31.82% 등 합병 찬성표가 31.87%에 달해 국민연금의 반대가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SK C&C 23만940원, SK 17만1853원으로 현 시가보다 낮아 청구권 행사 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국민연금이 주주훼손 가치를 이유로 들어 보유중인 양사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3월말 기준 SK C&C 303만532주(6.06%), SK 337만546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할 시 SK C&C 7000억원, SK 5800억원 등 총 1조3000억원에 달해 그룹 측에서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액인 1조원을 넘어선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만 말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