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에 성공해 오랜 꿈을 이뤘다.

이대호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 관계자는 2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구단 측에서 이대호의 25인 로스터 진입을 확정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언론은 이날 매리너스가 이대호의 40인 로스터 진입을 확정하는 동시에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개막을 앞두고 빠른 속도로 로스터를 정리하고 있는 시애틀은 이대호를 개막전 명단에 포함하면서 메이저리그 계약이 유효하도록 효력을 발동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대호는 소속사를 통해 "그 동안 많은 응원을 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합류하지 못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다.

지난달 초 시애틀과 옵션 포함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 7000만원)에 1년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다면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40인 로스터를 확정하면서 100만 달러를 받게 된 이대호는 올 시즌 활약에 따라 최대 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제리 디포트 시애틀 단장은 이대호의 40인 로스터 진입을 확정하고 25인 로스터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포트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대호의 로스터 진입과 관련, "이대호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는 좌투수를 상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고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신을 믿어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입단 당시와 시범경기 초반에만 해도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와 주루에 대해서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디포토 단장은 "그는 영리하게 주루 플레이를 했다. 수비는 우리가 1루에서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며 "좌투수 상대로 경험이 많고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좌타자인 애덤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나 1루수 대체요원, 지명타자를 찾고 있던 시애틀은 이대호를 25인 로스터에 포함해 적임자로 꼽았다. 

이대호는 시범경기 18경기에서 타율 0.250(40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 10득점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대호와 경쟁을 펼친 헤수스 몬테로와 스테판 로메로 가운데 몬테로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정리 대상이 됐다. 

로메로는 시범경기 동안 타율 0.375(40타수 15안타) 1홈런 8타점으로 이대호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 주었지만 아직 마이너리그 옵션을 갖고 있어 로스터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넘어 개막부터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이대호는 개막전 선발 출장도 바라보게 됐다. 

린드와 1루수 자리를 공유하게 될 이대호는 상대가 좌완 투수를 선발로 내세울 경우 선발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심지어 시애틀의 개막전 상대는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다. 텍사스는 지난 주 좌완 콜 해멀스를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부산 출신의 '절친' 이대호와 추신수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서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