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 세상을 혼돈의 세계로 또는 철학적 관점으로는 부조리와 모순의 세계로 지징하기도 한다. 더욱이 기계문명의 발달 곧 메카니즘으로 인한 오늘의 불합리한 세계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면서는 ‘제8요일’ 또는  ‘25시’란 우리를 낯설게 하는 제목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계문명, 결국 인간들의 잘못으로 지구촌은 병들게 만든 비극적 상황에 괴로워 하고 있다.
하여 어떤 철학자는 인간은 제 잘못된 꾀로 말이암아 그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고독한 존재라고 비판했다. 경제적 빈곤 하나만으로도 우리를 얼마나 슬프게 하고 있는가. 저 태양만 이글거리는 아프리카 오지에는 굶주리고 병들고 오늘의 과학으로도 막을 수 없는 몇 십년의 가뭄까지 겹친 참상은 문자 그대로 비극일 따름이다.
잘 살고 여유롭게 사는 부자의 나라와는 그야말로 양극을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 부국 강국의 외교관 양식 얼마에 남은 물자를 기껏 원조란 미명하에 그저 던져 주다시피 국가적인 행위로 끝내는 거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진정한 도움이란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한 봉사이다.
실천궁행(實踐躬行)만이 사랑의 으뜸이다.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던져 살피고 봉사할 때 삶의 아름다움이 향기롭게 꽃 피지 않을까.
이런 참된 삶을 우리는 사랑의 결실이요 실존이라 이를 것이다
역사가 깊은 문화 대국이었던 오늘의 배달 겨레의 후예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가. TV로도 여러 번 방영되어 아는 이는 다 알 것이다.
우리 젋은이들은 작은 모금과 국가의 후원을 받아 어둡고 가난한 그 땅을 찾아 그들과 하나가 되어 작은 것도 나누어 먹으면서 때로는 우물을 파 목마름을 적시며 누나가 되고 형과 아저씨가 되어 기쁨도 함께 또 슬플 때는 눈물도 닦아 주는 사랑의 실천자였다.
흙별돌로 배움터를 늘려 함께 즐겼는가 하면 약이 모자라 고통스러워 하는 어린이를 바라보다 돌아서 눈물만 닦고 있는 우리 젊은 여자 봉사대원 이 순수한 정경(情景)은 분명 세계 속의 한국의 길을 땀과 눈물로 닦아 놓았다.
한편 굶주리고 병들어 고통받고 또 배움에 목마른 가난한 나라 54개국을 무더위와 동토인 빙판도 아랑곳없이 찾아 다니며  그들을 돕고 구제해 준 우리의 성직자의 희생적 봉사야말로 국가의 위상은 물론 인류사에도 큰 공험이 아닐 수 없다.
또 우리 주변에도 아름다운 실천궁행의 실상이 감추어져 있다
가난하고 외로운 섬 마을에서 오란데도 갈 데로 없는 헐벗고 병든 독거 노인들을 한 가족으로 모시고 살면서 모자라는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보태기위해서 모름지기 낮은 땅에 앉아 새끼를 꼬고 있는 시골 목사님. 한편 산 그널에 묻힌 작은 절집에는 여기저기 버린 어린 생명들을 안고 이끌어다 기르고 먹이고  또 가르치는 것까지 업으르 다스리는 스님. 이 모든 박애와 자비의 실천에도 혹 우리는 방관하고 있는지 않은가. 6.25의 전쟁 실화에도 눈씨를 뜨겁게 하는 슬픈 장면도 없지 않다. 낙동강까지 밀린어느 전장터에서 포탄을 무릅쓰고 마침 쓰러진 집 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안고 은신처를 찾고 있는 흑인 병사의 생명 사랑에 대한 휴머니즘에 감동하지 않을 한국인이 누가 있겠는가.
부산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UN참전 용사드의 묘가 있다. 저마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부모 형제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이국(異國) 땅에 고요히 잠들어 있는 성지이기도 하다.
누구를 위하여 종(鐘)이 울리나 생명이 불이 꺼지는 것은 인류의 한 가닥 손실, 나도 그 한 가닥이 라면 울리는 조종은 너를 위해서도 운다
-어느 명화의 서시(序詩) 중에서

진창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