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 같되 달라야

화합(和合)과 개성(個性)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자 진리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화합도 개성도 모두 잃었다. 화합의 자리엔 분열이, 개성의 자리엔 획일화가 대신하고 있다.
분열상을 보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누구할 것 없이 그저 편 가르기에 혈안이다.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 보수와 진보, 노와 사, 동과 서로 나눠지는 것도 모자라 같은 지역 내에서도 혈연, 학연, 동호인 모임 등 끼리끼리만 어울리며 상대에 대해선 무조건 사갈시한다. 심지어 같은 직장 내에서조차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그 어디를 봐도 갈등과 분열 뿐, 화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삶의 양태가 그렇다.
어쨌든 개성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유행이 광분하고, 돈과 츨세만을 쫒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개성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기성세대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물질이 가치척도의 기준이 되고, 효율의 극대화가 생존수단이 된 신자유주의 이념이 우리사회의 작동원리여서 어쩔 수 없겠다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쩌면 그렇게도 맞춤 붕어빵 같은 모습들만 보여주는 지 보통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역경(易經)에 화합과 개성을 강조한 가르침이 나온다. 규괘(?卦)에 나오는 ‘군자이동이이(君子以同而異)’가 그것이다. “군자는 남과 더불어 화합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에 입각한 신념 속에 산다”라는 뜻이다.
아무튼 ‘같되(화합하되) 다르다(개성을 추구한다)’라는 뜻의 이 동이이(同而異)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가 아닐까싶다. 사실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개개인의 삶의 목표와 보람을 위해 개성을 추구하는 이 동이이(同而異)만큼 중요한 게 없다.
유가에서 강조하는 예(禮)와 낙(樂)도 결국 동이(同異)로 연결된다. 즉, 동(同)은 낙(樂)의 공동추구에서 나오며, 이(異)는 예(禮)의 실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보라,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동체의 동질성이 구축될 수 있고, 타인과의 분별과 구분은 예의 행함으로 가능하며 그것이 바로 개개인의 개성으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참예와 참낙이 사라진 탓인 지, 도무지 동이이(同而異)를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