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급종 볍씨가 발아 불량으로 피해규모가 커지면서 타들어가는 농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이상현 위원장(민주·남원)은 제281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난해 전라북도는 기상이변 등으로 쌀 생산 최악의 흉년을 맞아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다면서 ‘정부보급종에 대한 신뢰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쌀값은 폭락하고, 농자재 값과 생산비 등은 폭등해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으면서 남는 것 하나 없이 빚만 지는 한탄스런 한 해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최근에도 정부의 농산물 수급계획 실패로 배추와 생필품 등의 값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가 하면 수입농산물 개방에 이어, 이제는 정부의 불량 볍씨까지 농민들의 까만 얼굴 위로 주름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올해 국립종자원에서는 전국 농가에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신동진, 온누리 등 주로 조생종 다수확 품종 볍씨 25개종 2만 7,000톤, 우리도내에도 8개종 3,800톤을 보급했으나, 정부 보급종 볍씨에서 일정하게 싹이 트지 않아 발아가 더디고 잎이 하얗게 변하는 고사현상 등이 발생해, 농가에서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인 모내기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큰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도내에서도 이러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현재까지 도내 볍씨 3,800톤 중 185톤의 발아불량 신고가 접수됐고, 익산 등 규모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할 경우 이보다도 4~5배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남원 운봉, 인월 등 고랭지권의 운광벼, 온누리에서 발아불량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묘판을 폐기 처분하는 등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한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어 자포자기한 상태이며 불량볍씨를 보급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에서는 피해농가 신고 접수가 500농가 70톤에 불과하며 전수조사를 할 경우 농민들이 피해보상을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에 전수조사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근 광주․전남지역 등 불량 볍씨 문제가 발생한 타 시도에서는 긴급 대책회의 등을 갖고 대체종자 확보 방안 등을 마련했으며, 국립종자원과도 적극적인 대처로 피해농가의 규모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불량볍씨 파종에 소요된 상토비와 소독약대, 인건비 등에 대한 실비보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지난 14일 한국농업경영인 전북도연합회는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보급종 불량볍씨 피해보상 등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강하게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도가 불량 볍씨문제와 관련해 자치단체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중앙부처로 미루고 있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어려움을 무시하는 행태로써 이는 가뜩이나 실의에 빠져있는 전북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처사”라고 밝혔다./박상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