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 項羽<향우>가 그립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읽다보면 항우(項羽)본기에서 항우의 최후를 다룬 항우자문(自刎) 편을 만난다. 그 내용이 자못 심금을 울린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 진한(秦漢)이 교체되던 시기에 유방(劉邦)과 천하를 놓고 쟁패를 다투던 항우가 해하의 싸움에서 패하고 오강(烏江)까지 쫒긴다. 오강만 건너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뿐더러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다. 마침 부하 직원이 배를 대기시켜놓고 어서 건너가길 재촉한다. 오강 건너인 강동 땅은 원래 항우가 군사를 일으켰던 고향이었다. 항우가 머뭇거리자 부하가 "강동이 비록 작지만 땅이 사방 천리요, 인구도 수십만 명이니 또한 왕 노릇할 수 있으며 후일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급히 건너소서."라고 재촉한다. 이에 항우는 웃음과 함께 "하늘이 나를 멸망시키려는데 건너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내가 원래 강동의 젊은이 8천 명과 함께 장강을 건너서 서쪽으로 갔다가 나 혼자 남았지 않았는가. 설사 강동의 부형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왕으로 삼는다고 한들 내가 무슨 낯으로 그들을 대하겠는가."라며 그 부하직원에게 타고 있던 천리마를 주고는 홀로 단창을 들고 적과 맞선다. 그리고는 적군 수백명을 죽이면서 자신도 여러 군데의 상처를 입는다. 순간 자신을 공격하는 적병 중에서 옛날 자신의 친구였던 여마동을 발견한다. "너는 나의 옛날 친구가 아닌가." 항우의 말에 그는 외면하고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이 사람이 바로 항우다"라며 지칭한다. 항우가 말한다. "내가 들으니 내 목에 천금의 돈이 걸리고, 만 호의 봉읍이 달렸다는데, 내 너를 위해 마지막으로 은덕을 베풀려고 하노라"하면서 그만 자결하고 만다.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기상으로 천하를 호령했던 항우였지만, 그의 최후는 이렇게 아쉬웠고 비장했다.
그래선 지 그는 역사 속에서 살아 지금도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다. 모두가 즐기는 장기판의 초록색 알은 항우의 초(楚)나라 군사며, 생활 곳곳에서 영웅으로 추모 받고 있다. 왜일까. 이해득실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굵은 선의 진정 남아다움 때문일 터다.
아무튼 항우의 그 우직함이 요즘 이해득실에 너무 급급한,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확연히 비교돼 몇 자 적어봤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