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정운천 전 최고위원이 전주시내 호남제일문 앞에 함거를 마련하고 스스로 수감됐다.
정 전 최고위원은 선거 당시 LH공사를 전북으로 일괄유치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정부의 진주 이전 결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도민들에게 사죄하기 위해서다.
특히 함거에 들어가기 전 배포한 <미안합니다>를 통해 “망국적인 지역장벽 극복을 위해 LH공사의 전북 일괄이전을 공약하고 최선을 다해 추진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정 전 최고위원은 소회를 밝혔다.
지역주의 극복은 정 전 최고위원에게 최대의 신념이었다. 낙선될 것 뻔히 알면서도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것도, 최근 들어 석패율 전도사로 나선 것도, 지역주의 극복 없이는 국가 발전도 없다는 평소 소신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LH공사의 일괄유치를 공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지역갈등의 현안으로 떠오른 LH공사를 그동안 소외받아온 전북으로 이전한다면 지역장벽이 해소되리란 판단에서 당락에 관계없이, 정치생명을 걸고 일괄유치하겠다 공약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LH공사 진주 이전이 결정되자 그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기위해서 스스로 함거에 수감되어 도민들의 처벌을 자청한 것이다. 그의 좌우명인 ‘사즉생’의 정신으로 자신을 버림으로써 도민들의 용서를 구하고 신뢰를 얻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과거에도 그는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 왔다. 키위를 재배하던 시절 농민과의 신뢰와 소통을 위해 낮은 자세로 5년 5개월 동안 비닐하우스 천막생활을 자청한 일이나,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주무장관으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찾아간 일화,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전북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직에 있는 아내의 사표를 들고 내려온 것 등이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사실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도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변명으로 끝나는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낙선한 후보가 18.2%라는 득표율을 감사함으로 여기고 도민들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약속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박상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