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전북지역 금융기관 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침체됐던 자금 흐름에 일부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가되 하락 폭은 크게 줄었다. 다만 예금은행을 중심으로 수신이 급감하면서 지역 금융시장 내 자금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10월 중 전북지역 금융기관 여신은 1,639억 원 증가해 전월(-1,635억 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됐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모두 증가세로 돌아서며 여신 회복을 이끌었다.

예금은행 여신은 전월 1,633억 원 감소에서 10월 1,454억 원 증가로 전환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여신도 소폭이지만 2억 원 감소에서 185억 원 증가로 흐름이 바뀌었다.

차입 주체별로는 기업대출이 전월 1,046억 원 감소에서 1,392억 원 증가로 전환되며 여신 증가를 주도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위축됐던 기업 자금 수요가 일부 회복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운전자금과 금융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재고 확보와 운영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일부 기업의 투자자금 집행도 재개되면서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67억 원 감소해 전월(-666억 원)에 이어 감소세를 유지했다. 다만 감소 폭은 크게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신규 취급이 이어지며 하락세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타대출은 315억 원 증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0월 말 기준 전북지역 금융기관 총 여신 잔액은 73조 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예금은행이 52.1%,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47.9%를 차지했다. 기업대출 비중은 57.9%로, 가계대출(35.8%)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수신 부문에서는 자금 이탈이 크게 확대됐다. 10월 중 전북지역 금융기관 수신은 1조 8,051억 원 감소해 전월(-129억 원)보다 감소 폭이 급격히 커졌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 수신이 2조 935억 원 감소하며 전체 수신 감소를 주도했다.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자금이 투자상품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한 데다, 기업의 자금 집행이 늘어난 점도 수신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수신은 2,884억 원 증가해 전월(2,098억 원)보다 증가 폭이 소폭 확대됐다. 상호금융과 신탁회사 등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졌으나, 예금은행 수신 감소 규모가 워낙 커 전체 수신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월 말 기준 전북지역 총 수신 잔액은 104조 8,2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비중은 57.0%로 예금은행(43.0%)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를 두고 “전북지역 금융시장이 단기적인 대출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수신 감소가 동반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예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며 “향후 금리 흐름과 경기 회복 속도가 전북지역 여수신 방향을 가를 변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통계는 잠정치로, 향후 일부 수치는 조정될 수 있다. /오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