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소공연장을 통해 풍부한 일상과 문화생활을 넉넉하게 누리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유럽 등에 비하면 문화생활을 누리는데 있어 미미한 실정이다. 이제 막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 출발선상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무대를 지켜왔던 전북 지역 민간 소공연장 운영자들이 마침내 ‘전북 민간 소공연장협회’라는 이름으로 첫 공식 연대를 이루어 공식 출범했다는 소식은 실로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만 하다. 이는 전북 공연예술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월 15일, 전주 문화공간 이룸(이사장 이윤정)에서 열린 출범식은 그동안 개별 공간 단위로 수많은 어려움을 버텨왔던 민간 소공연장들이 이제 '연대와 협력'이라는 공동의 방향성을 선언한 자리였다고 본다. 

출범식의 문을 연 웅장한 대북 공연은 각자의 리듬으로 버텼던 이들이 이제는 같은 방향으로 힘을 합해 큰 박동으로 함께 나아가겠다는 상징적인 출정의 의미를 담아내며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이윤정 이사장은 민간 소공연장이 "단순히 공연을 올리는 공간을 넘어 예술가와 관객, 지역과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연결하는 문화의 최전선"임을 강조해서 주목받았다. 

실제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정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화소방안전위원회 위원장,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이창선 전북민예총 이사장, 유병철 아시아뉴스전북 대표이사, 홍승광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등이 행사에 참여하여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소공연장의 역할을 치하했다. 이처럼 지역 내 주요 정·관·예술계 주요 인사들 역시 민간 소공연장이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핵심 기반임을 강조하며 협회 출범에 대한 큰 기대감을 전했다. 

이제 민간 소공연장은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함께 문화정책을 설계해야 할 주체로 바라보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협회의 출범이 전북 공연 예술계가 '각자 버티는 구조'에서 '함께 설계하는 구조'로 이동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윤정 문화공간 이룸 이사장은 "이제는 각자의 공간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함께 구조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생태계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비전을 밝히며, 앞으로 협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책과 제도로 연결하는 공동의 플랫폼이 되도록 책임 있게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협회는 민간 소공연장 운영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제안하고, 공연장 기반 예술인 및 문화예술 인력 일자리 구조를 마련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들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기대가 된다. 특히 공동 기획과 공동 홍보를 통한 공연 유통 활성화는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강화에 필수적인 노력일 것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힘을 합해 연대를 시작한 전북 민간 소공연장협회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이 열매를 맺는다면, 이는 전북 도민의 문화생활 향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미 출범식에서 공연장 운영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침으로써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 곧 무대에 서는 날'이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었듯, 이제는 공공과 민간, 공연장과 예술인이 경계를 넘어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전북 민간 소공연장협회가 그간 이룬 소중한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도민 모두가 가까운 곳에서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설계해 나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전북 민간 소공연장협회의 활성화로 이 단체 구성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결국 이러한 문화 향유의 혜택은 결국 우리 전북 도민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만호 / 본보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