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시내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 문의가 붙은 빈 점포를 마주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현재 통계에 잡힌 것만 해도 전북의 경우 가게의 18% 이상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니 거의 네 집 건너 한 집이 빈 가게이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가혹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전주시내에서 50여개의 나들가게와 동네 구멍가게를 어렵게 모아 연합회를 결성하여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송상호 전주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23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송 회장은 "지금의 현장 경기는 매스컴에서 말하는 경기보다 현장의 체감 온도는 훨씬 낮다"며, "실질적으로 우리 소상공인의 80%가 희망을 잃고 절멸하기 일보 직전이다"고 상가 현장의 비극을 전했다.
송 회장은 골목 슈퍼와 나들가게들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로 '물류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인 쿠팡은 직송 시스템을 통해 싸게 물건을 공급하지만, 동네 마트들은 물건을 싸게 떼어올 곳조차 마땅치 않다. 중간 마트보다 공급가가 30~40%나 비싸다 보니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게 되고 동네 가게를 찾지 않게 된다.
그는 해결책으로 '공동 구매를 위한 창고'를 간절히 요청하고 있었다. "물건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들여오고 싶어도 쌓아둘 창고가 없어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전주에 거주하며 가게에 모든 생계를 걸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본인의 집을 담보로 잡혀서라도 비용을 보태겠다”며 절규 섞인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행정 기관은 '시스템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창고 지원 대신 물티슈나 전단지 제작 같은 생색내기식 지원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전주시 내에서 순수하게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50여 명의 회원들은 대부분 60대에서 70대의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컴퓨터를 이용한 복잡한 행정 서류 작성이나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은 넘기 힘든 장벽과 같다.
송 회장은 "이전에 행정 기관에서 지원해 준 컴퓨터 기기가 시일이 오래 지나다 보니 낡아 오류가 나서 쓰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장사가 안되니 자비로 교체할 엄두를 못 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송 회장은 지난 5년간 1만 7,500명이 참여하는 단톡방을 직접 운영하며 소상공인들의 판로를 개척해 왔다. 중간 마진을 없애기 위해 송 회장이 아는 지인을 찾아 직접 산지에서 채소와 과일을 떼어와 미끼 상품으로 내놓으며 동네 슈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놀라운 점은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상공인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 회장과 집행부 임원들은 본인들의 수입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돈을 모아 베트남 다문화 가정 등에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추석에 232여만 원 상당의 물품을 베트남 다문화 가정에 지원했다고 한다.
송 회장은 마지막으로 전주시와 정부에 간절히 호소했다. "도로를 파헤치거나 건물을 짓는 대신, 골목 상권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공간 하나만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단독 주택 하나 정도의 공간만 지원해 준다면, 공동 구매 시스템을 통해 쿠팡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하여 전주의 골목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다짐이다.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작은 가로등처럼, 소상공인들은 우리 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해 온 희망의 등불이다. 그 등불이 하나둘 꺼져가는 지금, 우리는 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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