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지평선 산업단지 내 폐기물 매립장을 둘러싼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패소하자,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가 즉각 반발하며 대법원 상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제폐기물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강오석)와 전북환경연합(공동대표 이정현)은 23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환경과 주민의 삶은 외면한 채 행정 절차만을 판단한 결과”라며 “전북도는 즉각 상고하고 책임 있는 환경 행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제 지역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으며, 나인권 전북특별자치도의원도 함께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매립 용량 확대 문제다. 당초 18만 6천㎥였던 매립 용량은 사업자 변경 신청으로 111만 6천900㎥까지, 약 6배로 늘어났다. 하루 반입량도 산단 내부 폐기물에서 외부 사업장 폐기물까지 포함해 최대 620.5톤으로 확대됐다.
시민사회단체는 “산업단지 내부 폐기물 처리를 위한 시설이 사실상 광역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증설로 인해 침출수 증가, 악취와 비산먼지, 토양·지하수 오염, 인근 농경지 피해 등 심각한 환경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업체에 집중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대책위는 “톤당 매립 단가를 약 20만 원으로 계산할 경우, 매립 용량 확대만으로도 1천8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94억여 원에 부지를 매입한 민간업체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매립장의 환경적 안전성이나 공익성은 판단하지 않고, 종전 판결의 기속력 위반 여부만 따진 형식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매립 용량 6배 확대에 따른 환경적 위험성은 실질적으로 심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소송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대책위는 “2심에서 전문성 있는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고 여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는 태도는 도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북환경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전북도에 △항소심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 공개 △환경 전문 변호사를 선임한 즉각 상고 △환경영향평가와 안전대책 강화 △민간업체 특혜 논란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했다.
나인권 도의원은 “절차만 판단한 이번 판결로 환경과 농업 피해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상고를 통해 환경 문제를 다시 법의 판단대에 올려놓는 것이 전북도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11년째 이어진 김제 지평선 산단 폐기물 매립장 논란은 항소심 판결로 또 한 번 갈림길에 섰다. 환경과 공익, 주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전북도의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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