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전기를 만들지만 쓰지 못하고, 송전탑은 세워지는데 미래 산업은 오지 않는 기막힌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민선 9기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무주·진안·완주)이 19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의 송전탑 갈등과 에너지 행정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전북 주도의 에너지 대전환’을 공식 제안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전북은 심각한 ‘에너지 모순’의 한복판에 서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압 송전탑으로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정작 전북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는 송전선로 부족으로 멈춰 서 있다”며 “전기를 실어 나르는 철탑은 늘어나지만, 그 전기를 도민과 기업은 쓰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전북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안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의 책임을 김관영 전북도정의 에너지 정책 실패에서 찾았다. 그는 전북의 현 에너지 행정을 ‘4대 실정’으로 규정하며 조목조목 문제를 짚었다.
첫째는 ‘한전 바라기’ 정책의 실패다. 안 의원은 “도내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내에서 소비하기 위한 스마트그리드 구축에는 소극적이면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한전 송전선로에만 의존해 왔다”며 “그 결과 계통 포화라는 벽에 부딪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마저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무능하고 게으른 행정이다. 그는 전남도의 사례를 들며 “전남은 도비를 투입해 7만 볼트급 중규모 재생에너지 송전망을 자체 구축했고, 결국 이를 국비 사업으로 확대했다”며 “전북이 ‘한전이 안 해준다’며 손을 놓고 있을 때, 전남은 스스로 길을 뚫었다. 이는 여건의 차이가 아니라 의지의 차이”라고 꼬집었다.
셋째는 불통 행정이다. 안 의원은 “송전탑으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주민들이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도민과 함께하지 않는 행정으로는 어떤 에너지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넷째는 실익 없는 희생의 방치다. 그는 “전남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전북 땅이 송전탑 밭이 되고 있다”며 “전북은 ‘전기 길’만 내주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전북도는 이 모든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려왔지만, 실상은 내부의 준비 부족과 전략 부재가 더 큰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새만금의 미래를 우려했다. “현 정부의 송전망 계획대로라면 향후 10년 동안 새만금에서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2031년까지 외부 송전선로가 막혀 있어, RE100 산업단지를 지정해도 공급할 전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만들어도 쓰지 못하는 전기를 두고 한전의 송전선로만 기다리는 ‘희망고문’을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이 제시한 해법은 명확했다. “송전탑 대신 공장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력난으로 멈춰 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기가 흐르는 새만금으로 즉시 이전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새만금에는 방치된 농생명용지와 규제가 거의 없는 에너지용지가 있다”며 “여기에 영농형 태양광과 수상태양광을 결합하면 원전 4기 규모의 전력을 송전탑 없이도 사실상 즉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면 1년 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최근 신영대 국회의원과 함께 중단된 SK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 재개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소개하며, 이를 계기로 김관영 지사에게 공개 제안을 했다.
“한전의 처분만 기다리는 수동적 행정을 끊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에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저 안호영도 지사와 손잡고 정부를 설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도민들에게도 호소했다. “송전탑 반대를 넘어, 우리 땅에 공장을 가져오는 행동에 나서 달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옮겨야 한다고 밝힌 지금이 바로 전북이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흉물스러운 철탑 대신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전북, 30GW에 이르는 에너지 잠재력으로 대한민국 산업을 이끄는 ‘에너지 수도 전북’을 함께 만들어 가자”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안 의원은 지난 민선 8기 전북지사 예비경선에서 김관영 현 지사에게 패한 바 있으며, 이번 경선에서 차기 민선 9기 도지사 선거에 도전한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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