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미술관(관장 이현옥)은 정봉숙 동판화전 '板, 찍고 찍히다'라는 주제로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2관에서 전시를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판화 30여 점에 대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동판화는 그라운드를 바른 후 이미지를 긋고 산에 부식하는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작품이다. 

그라데이션에 의한 엷은 톤과 칠흑같이 어두운 톤을 표현하는 판화기법으로 검은 화면은 인간의 인식이 미칠 수 없는 무의식의 지층, 관념적인 공간, 밤의 서정, 자연의 신비를 열어 놓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동판화에 대한 인식과 그 세계에 대해서 과감히 보여주고자 한다. 동판화는 표면을 긁어서 그 비어진 공간에 잉크를 밀어 넣은 후 강한 압력을 주어 다시 잉크를 뱉어내서 이미지하는 과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표현기법에 연상해 이 작업은 마치 사람의 피부 상실에서 오는 내면의 상처와 자유롭고 우연적인 표현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상황이나 그 안에 위치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올해 칠순을 맞은 작가의 작은 소망은 판화는 단순히 여러 장의 그림을 반복하여 찍어내는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기법의 판화작품으로 인간의 삶도 판화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길 바란다고 하였다. 

또한, 현대판화가 가지는 역동성과 시대성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판화 작가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한다. 

정봉숙 작가는 현재까지 5회의 개인전과 그룹전 및 단체전 100여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2009), 전북도미술대전 종합대상(2011), 무등미술대전 대상(2011)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작가이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