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 따른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전북 전역 지방의회가 한목소리를 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와 정읍·남원·진안·임실군의회 초고압 송전선로 대책 특별위원회는 15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즉각 백지화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 RE100 국가산단으로 이전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염영선 도의회 외에도 윤수봉·김성수·박정규 도의원도 참여하여 힘을 보탰다.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초고압 송전선로 대책 특별위원장은 서두에서 주민들의 현실을 먼저 꺼냈다.
염 위원장은 “송전탑 건설 계획으로 인해 전북의 수많은 주민들이 불안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주민의 대변자로서, 한국전력의 일방적인 사업 강행에 맞서 끝까지 주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 각 시·군 의회와 시민사회, 주민대책위와 연대해 의회가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길 정읍시의회 특별위원장은 에너지 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짚었다.
이 위원장은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지방에 송전탑을 세우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전문가 토론과 검증을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으로 이전하는 것이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은 송전선로 건설을 멈추고, 정부는 입지 이전이라는 근본적 해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현 남원시의회 특별부위원장은 국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위원장은 “지방을 송전탑으로 뒤덮어 수도권의 배후기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지방으로 내려보내 지방소멸을 막아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균형발전과 에너지 전환의 철학은 전북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중앙정부와 당에 강력히 요구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명진 진안군의회 특별위원장은 현장의 절박함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책상 위 논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며 “매일 마을회관과 논밭에서 ‘송전탑 밑에서 어떻게 살라는 거냐’며 눈물 흘리는 어르신들의 손을 잡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단순한 전력 수급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정흠 임실군의회 특별위원장은 지방의원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지방의원의 첫 번째 소명”이라며 “송전탑 계획이 백지화되고, 전북이 재생에너지와 첨단 산업이 어우러진 기회의 땅으로 거듭날 때까지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위원회는 공동 요구사항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에너지 분산 정책에 역행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 즉각 백지화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 취소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지정을 통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공식 요구했다.
한편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에너지 지산지소’ 원칙을 내세워 자신의 생활 터전을 지키기 위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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