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기업가정신학회,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중소기업학회 등 4개 학회와 공동으로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산업계·학계·연구계가 머리를 맞대고 중소기업 성장 촉진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행사에는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로 참석했으며,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의 기조강연 후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김기문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국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중소기업 830만 곳 중 소기업은 3.1%, 중기업은 1.6%에 불과할 정도로 구조적 장벽이 높다. 단순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이 소기업, 중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성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원장도 “그간의 정부지원이 기업 매출과 생산성 향상을 넘어 기업규모 성장에도 기여했다는 실증 결과가 나왔다”며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맞춤형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용석 차관은 “중소기업 정책을 ‘성장 촉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며 창업·벤처 혁신, 중소기업 스케일업, 소상공인 성장 지원 등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6~2023년 중소기업 성장경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정부지원 수혜기업의 기업규모 성장 비율은 4.4%로 비수혜기업(0.3%) 대비 10배 이상 높았으며, 소기업의 중기업 성장 비율도 수혜집단이 11.7%, 비수혜집단이 4%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기업규모가 하락 없이 지속 성장한 집단 비율은 소기업 17.9%, 소상공인 5.9%로 나타났으며, 정부지원액이 1% 증가하면 지속성장군에 속할 확률이 소상공인은 111%, 소기업은 1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발표에서 김준엽 부연구위원은 정부지원이 일반기업의 고성장기업 전환 확률을 50~100%, 고성장 유지 확률을 약 20%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수출·창업·기술 분야에서 동일 지원사업을 반복적으로 받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장기간 누적 지원이 고성장기업 육성에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고기술 제조업 비중, 지식집약 서비스업 진입도, 특허 보유 수, 수출 여부 등 기업의 혁신역량이 기업규모 성장과 고성장의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문 강원대 교수는 “중소기업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말고 규모·특성별로 세분화해 차별화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현배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 정책은 생산성 기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종선 명지대 교수는 “생계형 소상공인 보호와 혁신형 중소기업 스케일업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 수는 크게 늘었지만 소기업·중기업 비중은 정체돼 있다며 “정부 지원과 규제를 모두 성장 촉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성장사다리의 출발점인 소기업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기업을 선별해 반복적·누적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중기업·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며, 정부지원사업을 다년 참여하도록 설계해 기업이 혁신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중소기업 정책을 단순 보호가 아닌 성장 촉진 중심으로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오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