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대표하는 여류 화가이자 국립군산대학교 미술대학 김정숙 교수가 정년을 맞아 자신의 예술 인생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전시회를 연다.

5일부터 11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시절 인연-축복'이라는 주제로, 40여 년간 화폭에 담아온 작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 개막식은 5일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된다.

김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100여 점의 대작 작품을 선보인다. 20대 청춘 시절부터 최근까지 시대별로 구성된 작품들은 한 여성 예술가가 삶의 기쁨과 아픔을 어떻게 색채와 형태로 승화시켜 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품마다 배어 있는 따스한 온기와 깊이 있는 감성은 바쁜 일상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위로를 건넨다. 한 점 한 점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삶 자체가 응축된 기록이자 치유의 메시지다.

김정숙 교수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혔다.

"19살에 원광대학교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조교와 시간 강사를 거쳐 30여 년을 교수로 살아왔습니다. 제 삶은 언제나 학생들과 연구, 그리고 작업 속에 있었죠. 그렇게 쌓인 시간이 어느새 작품으로 남아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이어 "정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봉우리(K2)를 향한 또 하나의 출발"이라며, 앞으로 더욱 자유롭고 담대하게 작가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전시장에는 특별한 감동이 더해졌다. 남편인 이동환 전북대학교 교수가 '인생의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아내의 예술 인생을 축복하는 시를 썼다.

"여러 날 켜켜이 쌓인 시간의 그림자가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채우고 보이는 것을 비우는 삶의 여정을 지나, 이제 새로운 여백으로 돌아갑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시구는 한 예술가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의 진심 어린 응원이었다.

김 교수는 미국, 일본, 호주, 독일,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과 국내에서 38회의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3회, 입선 7회를 포함해 한국미술협회 미술인상, 동서미술상, 하림예술상, 여성가족부 장관상, 국제 참예술인 대상 등 굵직한 상을 받으며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꾸준히 실천해 온 나눔의 행보다. 전주지방법원 조정위원, 전북 여류화가협회 회장, 전문직 여성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 활동을 이어왔다.

『아동 미술 치료의 이론과 실제』, 『아동 미술 교육의 이론과 실제』 등의 저서를 통해 후학 양성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이번 전시는 한 예술가가 40년 넘게 걸어온 시간과 그 속에 담긴 감사, 축복, 성찰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관람객들은 작품 하나하나에서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며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전북에서 시작한 한 화가의 꾸준한 예술적 날갯짓이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어떤 울림을 낳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그의 말처럼, 김정숙 교수의 예술 여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한 예술가의 진솔한 삶의 기록을 만나고 싶다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3층 전시실을 찾아보자.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