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본인부담상한제’의 환급금이 소멸시효 경과로 사라지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환급받지 못한 비율이 늘어난 반면, 고소득층은 줄어드는 등 제도 운영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장수·임실·순창)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급신청을 하지 않아 소멸시효(3년)가 지나 환급을 받지 못한 건수는 2020년 1만5,359건(121억8,500만원)에서 2021년 2만3,733건(150억3,400만원)으로 1년 만에 54.5% 급증했다.

이 가운데 저소득층(소득 1~3분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56.5%에서 2021년 67.9%로 증가했다. 반면 고소득층(8~10분위) 비율은 같은 기간 12.8%에서 9.2%로 줄었다. 이는 제도 인식 부족과 복잡한 환급 절차로 인해 사회적 약자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고액 장기체납자(건강보험료 1천만원 이상·13개월 이상 체납)의 환급액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2020년 240명(1억9,468만원)에서 2024년 395명(4억5,580만원)으로 인원은 1.6배, 금액은 2.3배 증가했다. 현행 제도상 체납금액을 환급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체납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계가 가능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한편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제도 전체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연간 환급액은 2020년 2조2,471억원에서 지난해 2조7,920억원으로 24.2% 증가했으며, 환급 대상자도 같은 기간 166만여 명에서 213만5,776명으로 28.6% 늘었다. 특히 66세 이상 고령층이 107만9,215명으로 전체의 50.5%를 차지해 제도가 노년층 의료비 절감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희승 의원은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안전망”이라며 “제도 인식 부족으로 환급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없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액 장기체납자에 대한 관리 강화와 제도적 보완을 통해 형평성 있는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