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에도 '통 큰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진원지는 과천청사 3동 지식경제부에서 시작됐다.

 지식경제부는 3일 국제유가가 110달러에 육박하자 에너지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일환으로 '1만 에너지절약 가구 포상'을 제시했다.

 지난달 말 에너지위기 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시킨 지경부는 당시 공공무문에서 각 지자체의 기념탑, 분수대, 교량 등 경관조명에 대한 전면 소등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민간부문에서도 에너지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에너지소비가 많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와 유흥업소, 골프장, 자동차판매업소 등의 옥외 야간조명(네온싸인, 광고간판 포함),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등의 경관조명, 금융기관·대기업의 사무용 건물 옥외조명과 옥외광고물 등이 심야 강제소등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에 민간부문, 특히 심야에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이를 염두에 둔 지경부는 결국 채찍 대신 당근을 내놓았다.

 전국 1만가구(개별가구 4000가구, 공동주택 5000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절약 우수가구를 선발해 포상하는 제도로 올해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전기, 가스, 난방 사용 합산량이 전년 보다 절감됐을 경우 개별가구에 최대 500만원에서 최소 3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종의 인센티브로 볼 수 있다.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단지별로 신청·평가한다. 여러 가구가 입주한 점을 감안해 에너지 절감실적이 높은 순으로 한 단지당 최대 1억원에서 최소 500만원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등유나 연탄, LPG 등을 사용하는 서민들에게도 제도시행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자 1000가구를 대상으로 별도로 전체사용량 증감을 평가·포상한다.

 물론 단순히 에너지만 절감해선 안 된다. 에너지 절감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너지절약 우수가구를 선발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구체적인 제도 시행은 이달 중 공고 한 뒤 다음달까지 신청접수을 받아 추진될 예정이다. 개별가구의 경우 1등 500만원, 2등 200만원, 3등 100만원, 4등 30만원을 지급하고, 공동주택은 1등단지 1억원, 2등단지 5000만원, 3등단지 3000만원, 4등단지 500만원 순으로 지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예산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지원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너지 우수가구 포상에만 최소 30억원 이상 책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는 이와 별도로 동계(7~8월)와 하계(12~1월)기간동안 2개월에 걸쳐 전략부하 절감량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에너지절약 우수가구는 최대 20만원을 지급받는다.

 관가에서는 이를 놓고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포장만 바꾼 '재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포상금 지급 등의 선심성 정책이 사실상 국민 세금에서 각출되기 때문에 생색내기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1만가구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상효과가 있는 만큼 지급한다. 아파트는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며 "1등 몇십가구, 2등 몇백가구 이런 식으로 시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