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달리 볼 수가 없다."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 한 마디를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당연함을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여전히 자기 개인감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결국은 이 당연함을 지키는 방향으로 다들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당연한 지금의 이 시간을 다시 잃게 된다면, 그걸 되찾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작심하고 몇마디해야겠다.

전쟁은 '전시'라는 명분 하에 모든 것이 용인된다는 특성이 있다. 5.18은 신군부와 투입된 병사들에게 있어서 '전시 상황'으로 인식되는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에서 마주하는 시민들을 나이 불문하고 적으로 인식해서 사살하는 게 용납되었던 것이다. 저들에게 있어서 1980년 5월 18일의 광주 시민들은 자국 국민이 아니라 '적'이었다.

저들에겐 전쟁이었기에 죄의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전쟁이었기에 자신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게 전두환씨를 위시한 당시 신군부의 입장이다. 가끔 당시 투입되었던 군인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당시 광주에 대한 진압군의 인식을 '시위 진압'이 아니라 '전쟁터'로 개념을 바꿔보면 충분히 답이 나온다.

과한 해석이 아니다. 기사에도 나온다. 시민들을 구조하려던 인터뷰이를 간부 하나가 끌고 가서 '여긴 전쟁터'라고 윽박지르는 내용이 있다. 이 기사 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참상을 증언하는 진압군 측 증언자들 대부분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들에게 광주는 전쟁터라는 인식을 심어준 사람들, 그게 신군부 지도자들이다. 이게 우리가 5.18을 잊어선 안되는 이유고, 전두환씨를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건 역사적인 진실이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이스라엘 등은 이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할 경우 처벌한다고 한다.
우리의 5.18도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왜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려야하고  그유족과 희생자들이 국회까지 찾아와 그들의 아픔을 다시금 되새기며 마음의 피를 토하게 하는가!

5.18 이후  광주의 피해자들은 빨갱이로 몰릴까봐서 그게 너무 두려워서... 가장 치열하게 투쟁했던 시민 2명을 간첩으로 신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 얘기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엄혹한 그시절이 그 사람들을 그친구들을 버리게 했다.

그랬었던 그들에게... 5.18을 왜곡하는게 사람이 할 짓인가? 이건 절대로 사상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감쌀 수준을 넘어섰고 매우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토론의 장이 필요한게 아니고 법을 더 강화해서 왜곡하는 그자들을 엄벌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와 5·18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을 마무리 못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우리가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된다. 절대!

곽보경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