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에는 전통·현대, 동·서양의 소리가 시공간을 초월해 교차되면서 공기 중에 머문다. 길을 가다가도 얼핏 들리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오는 2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오송제편백나무숲 등지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소리의 향연을 즐겨보자.

올해 ‘판소리다섯바탕’은 판소리를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소리축제만의 철학과 의욕을 담아낸다. 무대는 판소리 사설과 그림이 접목된 ‘갤러리 판소리 공연장’이 연출된다.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공연무대의 대형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박지윤의 강산제 ‘심청가’가와 고은화·김영란 작가의 판을 시작으로, 윤진철 보성소리 ‘적벽가’와 김원·이기홍 작가(22일), 방수미 김세종제 ‘춘향가’와 박지은·장영애 작가(23일), 김세미 동초제 ‘흥보가’와 이은경·이일순 작가(24일), 남상일 정광수제 ‘수궁가’와 유대수 임택준 작가(24일)가 함께 소리에 색을 입힌다.

또 ‘젊은판소리다섯바탕’ 무대에는 이광복 ‘흥보가’, 고준석 ‘적벽가’, 이다은 ‘춘향가’, 민현경 ‘수궁가’, 신진원 ‘심청가’ 젊은 소리꾼 5인이 가을 하늘과 바람만큼이나 청량한 소리를 들려 줄 예정이다. / 23~24일 전당 뒤편 편백나무숲.
 
전통공연에서 항상 보조적 위치에 머물렀던 북이 ‘광대의노래, 고집’에서 새로운 반란을 꿈꾼다. 타악 명인들이 오로지 북 연주로만 무대를 꾸민다. /23일 전당 연지홀.

동학농민혁명 기념작인 창무극 ‘천명’은 용감하고 처연한 이 지역 민초들의 사랑과 투쟁의 기록을 만나는 시간. 도올 김용옥(원작·극본)과 작곡가 박범훈, 마당극 연출가 류기형, 명창 왕기석, 전북도립국악원과 정읍시국악단 등이 횃불의 역사를 되새긴다. /22일 전당 놀이마당.

깊은 가을밤의 정서를 대변할 ‘산조의밤’에선 이태백(아쟁), 강정열(가야금)이 기악독주의 절정을 보여 줄 예정이다. /23일 전당 모악당.

소리축제가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을 위해 마련한 ‘소리프론티어’는 젊은 뮤지션들이 대격돌하는 한국형 월드뮤직의 장. 사전에 진행된 실연 예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 무대에 오른 세 팀이 최종 경합을 치른다. /24일 전당 모악당 앞 더블스테이지.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