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각기 다른 목표를 이루고 꿈의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운명이 엇갈렸다.

 '코리안 슬러거' 박병호는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성공한 반면 '타격기계' 김현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박병호는 개막전 25인 로스터 진입이 확실시 된다. 구단의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부상 변수만 없다면 개막전부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성적으로 기량을 입증했다. 시범경기 타율 0.286(49타수 14안타) 3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836이다.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3연속 삼진을 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른 박병호는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뒤 일주일 동안 만루포 포함 홈런 3개를 몰아치며 특유의 장타력을 뽐냈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인상적이다. 낯선 환경과 다른 유형의 투수들에게 적응하며 17경기 중 5경기를 제외하고 안타를 생산해내고 있다. 루상에 주장을 두고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회를 살렸다.

지난 시즌 소속팀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홀가분하게 볼티모어에 입단한 김현수는 부침이 심하다.

시범경기 초반 23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극도의 부진을 보인 김현수는 8경기 만에 마수걸이 안타를 때렸다. 이후 7경기에서 19타수 8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리나 싶더니 2경기 연속 침묵했다.

시범경기 16경기에서 타율 0.182(44타수 8안타)에 그치고 있다. 8개의 안타 모두 단타다. 타점은 2개, 볼넷은 1개에 불과해 기대를 걸었던 출루율도 2할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급기야 현지에서는 김현수가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FOX스포츠' 칼럼니스트 켄 로젠탈은 30일(한국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현수가 볼티모어의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않고 트리플A로 내려갈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에 동의하며 구단과 합의 절차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지난 27일 보스턴전에 대타로 출전한 뒤 시범경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30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각팀이 로스터 정리에 들어가면서 남아 있는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타격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는 사뭇 달라 보도에 신빙성을 더했다.

보도대로라면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출발해 빅리그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메이저리그팀과의 계약에 성공했지만 서로 다른 출발선상에 서게 됐다.

공교롭게도 미네소타와 볼티모어는 개막전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KBO리그를 주름 잡던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방망이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내심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누구는 안심하고, 다른 누구는 좌절할 필요가 없다.

꿈의 무대를 밟게 될 박병호는 빅리그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하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기대와 달리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하게 될 김현수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다시 한 번 비상을 준비를 하면 된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