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대란이라 불리던 2월이 지났다.
 
정부는 추가납부세액을 분납할 수 있게 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연말정산 돌입 전에는 부당 소득공제·세액공제를 막기위해 전수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사후검토 하겠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깐깐한 정부의 계산에 유리지갑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추가납부액을 토해낸 사람들이 귀가 솔깃할 소식이 들려왔다.
 
자녀들이 부모나 조부모에게 주는 용돈을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은 자녀, 손주 등이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매월 주기적으로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경우 최대 연 600만원까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종합소득에서 공제해 소득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적용받는 연소득 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경우 최대 228만원까지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
 
소득공제 600만원. 종합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치명적인 유혹이다.
 
기본공제대상 가족 4명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른 소득공제, 세액공제보다 강력한 것이 인적공제다.
 
기본공제대상 가족 1인당 150만원씩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이 대표적인데 연말정산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불입절차가 복잡하고 중도해지시 손해를 감수하고도 소득공제액이 커서 불입하는 연금저축·퇴직연금의 소득공제 한도액이 400만원이니 요긴한 공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숙제다.
 
단순히 계좌 내역으로 증명한다고 해도 부당공제를 걸러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현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물건으로 보탬을 드리는 자녀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불평등하다.
 
또한 부의 이전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기초노령연금 수령액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정도가 근로소득세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데, 결국 이것도 부자감세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대안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논란의 부분은 논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득세법 개정 발의 취지는 기존의 공적 부조나 기초연금과는 별도로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 즉, '효'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 발의한 박민수 의원은 "현행 민법체계를 보면 자식들이 부모님에 대한 부양 의무를 부담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이제 사실상 부양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한 50% 정도 돼서 그런 개정안을 준비했는데, 물론 자식들이 소득 공제를 바라고 용돈을 주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의 노후 생활 내지 부양을 책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도 어느 정도 혜택을 주는 게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혜로운 소득공제 도입을 기대해 본다.

김지훈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