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바위가 부스러져 동식물 유체와 섞여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의 삶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 이를 토양이라고도 부른다. 토양은 식물체가 물과 양분을 흡수함과 동시에 태양 빛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터전이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토양의 기능은 건강한 흙을 만드는 것이다. 건강한 흙은 인간의 사용 목적에 적합한 땅으로 토양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땅심 관리를 잘 해 주어야 한다. 즉 유기물이 적당히 들어 있고 비료와 농약이 잔류되지 않으며 염류가 쌓이지 않도록 해줌으로써 자연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작물을 재배할 때 적량보다 많은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는 농가가 허다하다. 또한 생산된 볏짚이나 사료작물을 가축사료용으로 전량 수거해 가기 때문에 정상적인 물질 순환체계가 파괴되어 점차 인간에게 식량공급 기능마저 상실할 우려가 있다.

특히 땅심 유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렼을 지나다보면 볏짚의 수탈은 점점 더 늘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통계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볏짚조사료 이용률은 76%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논토양 1단보에서 생산된 볏짚 600kg중에는 유기물이 약 420kg, 규산이 60kg, 비료의 3요소인 질소 4kg, 인산 3kg, 칼리 11kg와 그 밖에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과 같은 미량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소 사료로 사용되는 셈이다.

그러나 논토양에 볏짚을 돌려주게 되면 작물에게 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토양의 유기물이 풍부하게 되어 흙이 부드러워져 뿌리 뻗음이 활발해진다. 또한 거름기와 수분을 보유하는 힘이 커지고 가뭄에도 견디는 힘이 강해지며 토양의 온도를 높여 양분흡수량이 많아져 작물 생육이 촉지하게 된다. 그리고 토양에 유안과 같은 산성비료를 주어도 토양의 산성화를 막을 수가 있다. 특히 벼는 규산을 다른 성분보다 5∼20배 높게 함유하고 있어 쓰러짐과 도열병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볏짚은 미생물의 분해 작용을 받으면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암모니아 상태로 60∼80%가 소실된다. 한 해 동안 벼농사로 없어지는 유기물 함량은 1모작의 경우 375kg, 2모작은 565kg이므로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논토양에 돌려주어야 한다.

부득이 가축의 사료용이나 버섯재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논에서 볏짚을 걷어갔다면 사육과정에서 발생된 퇴·액비는 충분히 발효시켜 논에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하다. 퇴·액비로 충당하지 못할 경우에는 2∼3년에 1회는 겨울철에 헤어리벳치와 같은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토양에 돌려주어야 땅심을 유지할 수가 있다.

세종대왕께서 흙에 대한 중요성을 농사직설에 실어 백성에게 알렸듯이 흙은 식량안보, 수자원, 생물다양성, 에너지, 기후변화, 환경 건전성, 생태계 서비스를 포용하는 보배와 같은 소중한 자원이다. 국제연합에서도 2015년을 세계 흙의 해로 공포하여 흙의 소중함을 온 세계에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년 3월 3일 국회본회를 통과하여 매년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하였다.

농심은 천심이듯이 땅심도 천심임을 인식하여 볏짚환원으로 흙의 보전과 더불어 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지원단 전문위원 이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