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왜 이리 무거울까?
많이 먹지도 않는디
나만 이래야 하는 겨, 밉상이네,
예쁘고 날씬하다 이거여
근게 말여, 쪄도 문제, 말라도 문제여
보가 좋고, 예쁜디, 왜 그래
미안한디, 둘째야, 화 내지마
난, 살이 통 붙질 않네
둘은 그래두 남자니까
근디, 나는 뭐야
이놈의 살, 어쩐다냐, 살은 전쟁여, 전쟁,
어림없는 소리제
남녀가 왜 중요한 겨, 이 시점에서
창피하지도 않니, 저기 저것들이 비웃잖여
수련, 저것들도 예쁘다 이거지, 아이, 속상혀
일단, 오늘만
고추장 삽겹살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찌끄러야 하지 않을까?
‖시(詩)를 담다‖
대한민국은 살과의 전쟁이다. 열량을 따져 가며, 음식을 준비하고 주문시킨다. 이것은 몸에 좋다. 저것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구가 일상화되었다. 어느 제품에서나 강조하는 부분이 살이다. 다이어트 광풍이다. 다양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연못가의 삼 남매 중 위의 시를 바탕으로 구분해 보면, 맨 앞에 있는 것이 둘째 딸이다. 덩치도 크고 뒤의 두 바위에 비해 복스러워 보인다. 뒤 두 바위 중 하나는 첫째인 아들, 남은 하나가 셋째 아들이다. 이들 역시 대화의 포인트는 살이다. 특히, 시의 전개로 보아 딸로 추정되는 둘째는 심각하다. 그런데, 첫째 오빠는 마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고민이다.
이처럼, 사람은 한 마디로 먹어서 죽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일지 모른다. 그만큼 먹거리가 풍부해졌다. 그 종류도 다양해 입맛에 따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먹어서 죽는다. 참 좋은 시절이다. 고추장 삽겹살에 막걸리 한 사발 시원하게 찌끄러야겠다.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