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에 있어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달구지나 쟁기의 채를 잡아매기 위해 소나 말의 목에 가로 얹는 둥그렇게 구부러진 막대

 ‖시(詩)를 담다‖

바람이 불면, 마당 가득 살구다. 그 많은 살구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를 주워 /옷소매에 닦아/익숙한 듯이/시큼하게 베어/물면/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바람과 맑은 공기/햇살 가득,/풍성한 수확을 기다리는/농부의 마음/이 /평화롭고 따뜻한 숨결에/마당을 지나,/우물가 담장 너머/ 한 남자에게 머문다. 

바로 아버지다. 세상의 모든 일을 짊어진 아버지의 어깨가 작아 보였다. 그런 아버지는 /뻐꾸기 소리처럼/맛깔나고 새초롬하/게 먼 길을 떠나셨다. 어릴 적, 대문에는 살구나무가 한 그루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믿음직스러운 녀석은 어김없이 많은 열매로 우리를 흥분시켰다.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새초롬한 맛에 만족스러웠다. 

엔진오일을 관리하기 위해 도착한 그곳엔, 녀석들이 반갑게 반겨주었다. 전주시 팔복동에서 아주 우연히 만난 살구 가족, 그들이 있어, 고향도, 살구나무도, 아버지에 관한 생각도 떠올릴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했다. 한 남자로, 아버지의 외롭고 힘겨운 삶이었다. 그에 비하면, 아직 짊어질 멍에가 많다. 어떤 멍에도 좋다. 다 짊어지고 갈 것이다. 당당하게 말이다. 한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