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논밭의 삼 분의 이는 담배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말이 그렇다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의 목구멍 풀칠 방법이었다
니코틴 생산을 위한 논과 밭이 하나둘 생겨날 때마다
여기저기 건조실이라는 담배를 말리던 공간이 자리 잡았다
얼추, 습한 장마철이 담배의 수확시기였다
연탄불에 담배를 꼬들꼬들하니 말려줄 장소가 필요했다
조건은 바람이 솔솔 통하면서도 적당한 온기가 필요했던
그 공간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부모님, 누나, 형님 같은
민초들의 버거운 삶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께 꾸지람을 듣거나, 그냥 친구가 보고 싶거나
아무 이유도 없이 발길이 옮겨지던 개똥이네, 소똥이네 건조실에는
이미 동네 아이들 다수가 잠을 청하고 있다
한 집에 일곱 여덟은 기본이었던 시절이었다
걱정은커녕, 자식 하나 보이지 않아도
어디서 잘 자겠지 하시던, 부모님의 넉넉함이 그리워진다
악동들의 손에는 그럴싸한 곰방대가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주저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펼쳐진 풍경이다
잘 말려진 담뱃잎을 손바닥으로 비벼 대충 쑤셔 넣는다
그렇게, 니코틴이 뿜뿜 터져 나오는 원액의 담배 맛을 위해
너도나도 한 번씩 그 곰방대를 빨아가며
뻐끔담배로 콜록콜록하며 연기를 코와 입으로 품어댄다
어르신의 기침 소리에 움찔하다가도 그 맛있는 식품을
폐 깊숙이 밀어 넣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가끔, 한 번 올려다본 하늘은 파랗다 못해 바라볼 수 없다
도시의 이국적 담배밭에는
꼬물꼬물 담배 요정이 곰방대를 물고 콜록거리며
멋진 자세로 파란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 담배기차처럼
‖시(詩)를 담다‖
걷다가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를 클릭하고 구도를 잡아 본다. 자세히 보니, 담배다. 어린 시절, 동네마다 가득가득 논과 밭을 채웠던 담배다. 동수네도, 미숙이네도, 철수네도, 모두 담배 농사로 먹고살았다. 한여름, 장마철이면, 연탄을 태워 불가마를 이루던 건조실이다.
담배 경작은 쉽게 볼 수 없다. 대다수의 전답에는 고구마나 식용작물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담배가 자라고 있는 도시풍경이 낯설다. 그 낯선, 기억, 저편의 어린 시절을 시로 옮겨 보았다. 촌놈(a boor)이라면 추억의 사진 한 장이 그려지지 않을까?
혹여, 담배가 궁금한가? 인터넷 검색을 자판을 두드리지 말자. 걸어서, 아니면, 자전적 나 자가용을 이용하여 주변을 눈에 담아 보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답이지 않을까?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