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시인 '너 땜시' 전문-

**땜시 : 체언의 뒤에 붙어, 어떤 일에 대한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보조사. 전라 지방의 방언이다.

 어디 가도 꽃이다. 좋은 봄날에 나도 너도 꽃이 된다. 세상에 꽃 아닌 것은 없다. 철쭉이 파랗게 잎을 내보인 것이 어제 같다. 

근디, 거기다 덤으로 꽃봉오리가 얼굴을 쑥 내민다. 마치, 입술이 유난히 빨개 놀림을 받던 명자 누나처럼 말이다. /오메, 까칠한 명자 입술이 요렇게 예뻤당가/처럼, 성격이 디게 까칠했었던 명자 누나다. 가난했던 시절 그래도 부유한 집 딸이었던 명자 누나다. 그래서 더 까칠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어디서 지금은 무엇을 하며 사는지? 소식이 궁금할 때가 있다. /으쩐다냐, ?나가, 나가 말여, 환장 허것어/그만 좀 웃으랑께, 살포시 바람처럼 말여/처럼 미소가 고왔던 누님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꽃을 만난다. 사진으로 남긴다. 나름 꽃놀이에 빠져들었다. 너 땜시 /꽃술 한 잔에 배가/ 부르다. 너 땜시 말야. 

어떡하지. 내 옆에 명자 누나가 서 있다. 살포시 웃으며 말이다. 그녀가 꽃술 한 잔을 내민다. 배가 부르다. 이 봄날 가득….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