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입학(小入學)아,
널, 그 누구보다도, 더 너를, 격하게 환영한다
꽃비처럼 피어난,
간지러운 밀고 당기기의 진정한 일번지는 공부다
-입학을 환영합니다
-새로운 시작
-입학을 축하합니다
삼월이면, 눈동자가 맵도록 눈에 들어오는 입학이란 두 글자다
채움의 미학 같은 뻔뻔하면서도 게슴츠레한* 문장이 미소 짓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냐?
-이게 다야
-왜 학교에 온 거야
-뭐야, 작은 입학식은
작은 입학식, 익숙한 듯 낯선 단어에
배움의 길은 변기에 풀린 화장지가 되어 사라진다
소입학(小入學)아,
막 터진 꽃잎처럼 어여쁜 입학(入學)아
어지럽게 내리는 이슬방울을 영양제 삼아
넌, 가뭄의 단비처럼 세상을 밝히는 선물임을 잊지 말 거라
배움의 길, 아무도 모르는
그 길엔, 토닥토닥 저물어가는 시간 너머 발 냄새가 스멀스멀할지도 모르겠다
-박여범 시인, 작은 입학식에 대하여 전문-
*게슴츠레-눈에 힘이 없이 아주 흐릿하여 거의 감길 듯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
‖시(詩)를 담다‖
<입학을 환영합니다>, 이월의 마지막 날, 내게 눈에 들어온 문장이다. 당당하게 서 있는 녀석에게 심술이 난다. 나도 모르게 대화를 시도해 본다./입학(入學)아,/널, 너를, 너를 격하게 환영한다/ 답이 없다. 이렇게 밀고 당기기가 시작된다. 핵심은 /꽃비처럼 피어난,/간지러운 밀고 당기기의 진정한 일번지는 공부/다.
삼월이면, 눈동자가 맵도록 눈에 들어오는 게 친숙하다 못해, 채움의 미학 같은 뻔뻔하고 게슴츠레한문장이 미소 짓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냐/, /-이게 다야/, /-왜 학교에 온 거야/, /-뭐야, 작은 입학식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다. 불만이 가득하다. 기대가 컸었나 보다.
작은 입학식, 익숙한 듯 낯선 단어에 배움의 길은 변기에 풀린 화장지가 되어 사라진다. /입학(入學)아,/막 터진 꽃잎처럼 어여쁜 입학(入學)아/어지럽게 내리는 이슬방울을 영양제 삼아/넌, 가뭄의 단비처럼 세상을 밝히는 선물/임을 잊지 마라. 배움의 길, 그 길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 길엔, 토닥토닥 저물어가는 시간 너머 발 냄새가 스멀스멀할지도 모르겠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