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출발은 봄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런데 요즘은 농촌보다 도심의 봄이 빨리 오는 것 같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어는 겨울에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글픔에 마음이 편치 않다.

사드락 사드락 청소를 하다가 베란다 창문을 열어젖혔다. /속삭이듯 봄바람이 전해주는 소식이 궁금/하다. /빼꼼히 내미는 여린 새싹의 부끄러움 가득한 얼굴이 반값/다. /아침마다 울어주던 까치도 나무에 싹이 트고 있다고 짖어/ 댄다. /베란다 너무 메마른 단풍나무 가지에도 생명체가 움터/ 온다. 

/살구꽃이 만발하던 그리운 고향길을/ 걸어본다. 친구가 없어도, 반겨주는 이 하나 없어도, 하루에 시외버스 한 번 가고 오던 먼지만 가득하던, 아직도 이웃 마을 병만이 형과 아랫집 삼순이의 데이트 발자국을 찾아가는, /아련한 추억의 그 길에도/미소 가득 봄은 오고 슴슴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세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가수가 있다. 바로 감성이 충만한 가수 이문세다. 그의 콘서트를 찾아 내지르던 노래 중 '봄바람'은 시적인 가사와 율동적인 음이 잘 어우러져 듣는 이들을 즐겁게 떼창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나얼의 독특한 보이스와 이문세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봄이 오는 길을 함께 걷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가수 이문세의 묘한 매력이 있는 노래다.

넘쳐나는 것이 봄의 향기다. 그렇지만 저마다 간직하고 느끼며 즐기는 봄은 다양할 것이다. 공통분모를 찾으려 하지 말자. 그냥 느낌이 오면 그대로, 봄이 오는 길과 동행하자. 부족함이 없다. 살기 좋은 시절이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