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다 보니

글쓰기 심사에서 만났다

우체국 공무원이다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 기억된다

왁자지껄 거칠게 호흡하며

잡아먹을 듯 서로를 노려보고

욕지거리란 욕지거리는 

모두 산으로 만들어버린 그날의 몸싸움이다

작은 웃음거리라기엔 어설픈

대학 신입생 시절의 아픈 손가락이다 

아지랑이 봄비처럼 내리던 그 날

일구팔사년의 그날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냥, 소리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지나가는 바람처럼 

조용히 시급 알바 일당을 벌었어야 했다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래도 후회는 후회로 남는다

눈 한 번 감고 떠보니 

저 멀리 달아난 세월 속에

바람처럼 

벌써 잊힌 드라마 같이 가물가물하다

소환될 것 같지 않던 이 후회가  

햇살이 따사롭던 

문학 비평론 강의실에서 따사로이 내려온다

머뭇머뭇 올리던 손이 부끄러운 듯 떨린다

때로는 낯설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수강생은 

강제구인 공고다

일구팔사를 무대로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게 

스승과 제자로 만난 강의실이다

벽에 걸린 커다란 거울에는 

어설픈 악수가 아이러니하게 펼쳐진다

창문 너머 

펼쳐진 캠퍼스 정문 사차선 도로에는 

그날처럼, 이름 모를 꽃은 

여전히 부끄러운 듯 어지럽게 피어나고

갈길 바쁜 

자동차 경음기 소음에 놀란 발걸음마다

그렇게 오늘도 

불 꺼진 신호등만이 딸깍딸깍한다 ?박여범, ‘있는 듯 없는 듯’전문-

‖시 詩를 담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다양한 업무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것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경험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은 나에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가? 물음표를 던져보자.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