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잠시 운동장을 가볍게 걸어본다. 개학을 맞아 잘 정리된 잔디가 유독 파랗게 다가온다. 그런데 갑자기 팔부터 시작하여 여기저기가 간지럽다. 평상시보다 더 간지러움이 극성이다. 참다못해 긁고 문지르다 보니 벌겋게 피부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벌레도 모기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팔은 온통 물림 자국으로 초상집이다. 서둘러 여기저기 약으로 비상조치를 해 봐도 쓰리고 아프기까지 하다. 심지어 여기저기 퉁퉁 붓기까지 한다. 신경이 곤두서서 교무실로 들어왔다. 

시골 출신이어서 웬만한 벌레 물림이나 가려움에는 내성이 있었다. 그런데 불과 얼마 되지 않는 도시 생활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무엇인가 억울함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그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간지러움과 쓰라림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둑이 무너지는 것은 폭탄이나 거대한 배의 충돌이 아니다. 쥐 한 마리가 구멍을 파고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물이 스며들어와 둑이 무너져버린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일은 잘 해결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기본적인 일에는 무디어진다. 가까운 곳은 보지 못하고 이상만 쫓다가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열을 잘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답이 된다. 

모기는 파리목 모깃과에 속한 곤충을 통틀어 이른다.  주둥이가 길고 윗입술이 바늘 모양으로 되어 있어 암컷은 사람이나 가축의 피를 빨아들이며, 수컷은 꽃의 꿀 따위를 먹는다. 말라리아, 일본 뇌염 따위를 옮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현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답답한 현실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비말이나 사람의 접촉으로 전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기침에 조심하며, 예방주사를 접종한다. 

지구를 지배하는 우리 인간이 작은 바이러스에 덜덜 떨며 지낸다. 한주먹 거리도 되지 않는 작은 미생물이 자신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곤 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대표적인 것이 모기, 파리 등이다. 

‘까짓, 물어봐라’

‘내 피가 그리도 맛있더냐’

‘어서 많이 먹거라’

‘넓은 가슴으로 너를 품어 줄 테니……’ 

단순히 한 방 물린 모기를 때려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윙’ 소리에 눈 들어보면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다. 얼마나 빠른지 모른다. 요리조리 비행기 고게 하듯 공중서커스가 일품이다. 오늘도 나는 모기에 물렸다. 늘 있어 온 일이다. 그렇다고 당황스럽지도 않다. 걱정은 없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