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달곰한 바이러스 화산만이 

타오르고

투명한 벽과 벽이 두 손을 

맞잡고 가는 곳마다 

닫힌 뭉그러진 생채기에 익숙한 

목소리는 새벽을 가른다 

먼저 가신 엄마처럼 아득해서 큰 

덩어리 숨길 

바리케이드 그 자리엔 알 수 없는 

한 점 먼지만이 

어설픈 불나방 하루살이 인생 저물 때 ‘꺼져’라는 소리 새벽을 가른다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후들후들 

가슴만 쥐어뜯으며

옮기는 발길에도 가랑비 젖은 묘비명만이 기약 없는 새벽을 가른다 .

은하철도 구구구(999)처럼 분노만이 치솟아 우주를 향하고 

늘어가는 깡마른 산등성이엔 

뿌뿌뿌 긴 연기가

갈 길 몰라 구구절절 사연만 

넘치는 개미허리만도 못한 

푸른 하늘에 곰삭은 지랄 같은 

욕지거리 한 곡조에 새벽을 가른다

 

메마른 영혼은 하늘하늘 꽃순이 

되어 타박타박 

갈지자 자랑질하는 은하철도 

떠난 자리에 검은 고양이

차가운 울음만이 새벽을 가른다   

-박여범, ‘새벽을 가른다’ 전문-

이처럼, 사람마다 새벽을 가르며,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있다. 이 소리에 귀를 소소하게나마 함께 하는 것이 건강한 문장과 만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항상 반성과 배려를 통한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는 진정한 ‘멋짐’을 우리는 누려야 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많은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도 이제는 놀랍지 않다. 이 얼마나 불행한 나날인가.

그렇기에, 나약한 존재지만 ‘방관자’로 ‘문외한’으로 일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소통의 자리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적극성’이 필요한 시기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니다. 내가 진정, 누려야 하는 그것을 찾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내지를 줄 아는 서로 서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