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책이든, 심각한 책이든, 비싼 책이든, 가격이 낮은 책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활자화되어 ‘눈에 들어온 문장’은 읽고, 또 읽고, 읽어보자. 그러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독자의 ‘눈과 가슴에 담아주기’ 위해 ‘수많은 언어의 조합’과 사투를 펼쳤을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이처럼, ‘인간적인 뿌리’에서 시작하여 사회문화의 보편적인 목소리를 찾기 위한 작업’을 우리는 ‘평론가’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벼운 책이든, 심각한 책이든 일단 구매를 한 책은 읽고 난 다음에도 소장하고 있다가 최초 구매 가격 삼분의 일 정도를 받고 되팔 수 있다. 중고 책만 사서 읽으면 돈이 훨씬 적게 든다. 시간당 6펜스로 계산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한편 책을 사지 않고 대여 문고에서 빌려 읽으면 시간당 반 페니가 든다. 게다가 공립 도서관에서 빌려 보면 공짜나 다름없다. 이 정도 얘기했으면 독서가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여가활동의 하나라는 주장은 충분할 것이다.’ (조지 오웰/강문순 옮김, ‘책 대 담배’,민음사, 2020, 12~13쪽)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책 속 명문장-2020.03.19. 참조.)

위의 예문처럼, ‘눈에 들어온 문장’을 쉼표, 느낌표, 물음표, 마침표 같은 형식은 필요 없다. 그저,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글로 표현된 문장을 처음으로 만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문장에 대한 감상과 다양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아쉬움에 옛 생각에 젖을 무렵, 

브런치 타임이 시작되고

서울 중산층 보통 아줌마들의 

합창 대화에 형체를 알 수 없이

너와 나는 허공에 떠다니고, 

바닥에는 애꿎은 지렁이가 

고개를 끄덕이니

테이블 너머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넘쳐나는 데시벨에 귀를

쫑긋 세우면

창문 너머 대학로 은행나무는 

여전히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알 수 없는 

입 모양으로 중얼거리며 

방긋방긋 웃고 있다

-박여범,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을 때』, 2021, 부크크. 일부분.-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깊이를 더해가면서 공통의 위상과 건강한 사회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문화의 보편적인 목소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글로 옮겼을 작가의 마음이 따사하다.

그 따사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책이 눈에 들어오던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이 그립다. 책이 좋아 무작정 도서관 바닥에 앉아 문장을 눈으로 주워 담기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삐딱하게’ 문장을 바라보던, 아련함을 공감 삼아 마주 앉아 웃을 수 있는 불특정 다수가 함께 공감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소통은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아무리 좋은 내용과 선행도 관계 형성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소통의 중요성은 말이 필요치 않다. 지구는 하나라는 표현은 이제 당연시되었다. 세계 어디에 머물러도 SNS나 전자기기를 통해 소통하곤 한다. 꿈만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명암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히고 ‘그림자’보다는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우세하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