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빙그레 웃기만 하는 녀석, 학교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에도 ‘뭐, 특별히…….’로 마무리하는 녀석, 점심시간 식당을 나서는 녀석이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스쳐 지나가 버린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6교시 수업으로 2차고사 시험 범위는 얼추 마무리된다. 녀석이 무슨 질문으로 나에게 다가올지가 오늘도 궁금하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당.”

“선생님, 품사는 너무 어려워용? 이번 시험에서 빼 주시면 안 되나염?” 

“1차고사 100점인디, 이번 2차고사도 100점으로 마무리하기 쉽게 문제 내 주세용?”

큰소리로 간절하게 던지는 질문세례에 칠판 가득 ‘품사’ 단원을 복습한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녀석들은 항상 질문의 유형이 비슷하다.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설명을 해 주어도 “선생님, 품사가 시험에 나와요? 헐, 나는 하나도 공부 안 했는데?”라며 해맑게 웃는 녀석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진다는 것이다. 

“품사가 시험 범위인지 몰랐다고? 품사에서 교과서 있는 예문 그대로 문제를 많이 낼 것이라고 수업 시간마다 이야기 해 주셨는디? 울 여범 선생님이”

“여범 선생님 전 다 이해했습니다. 체언, 용언, 관계언, 조사, 감탄사…….”

익숙한 목소리다. 그런데 왠지 낯설다. 분명 녀석의 목소리다. 그렇지만 녀석이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은 처음이다. 녀석은 모든 과목이 어렵다면서도 100점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 100점을 목표로 하는 녀석의 수업 시간 태도다. 대부분의 수업을 이리저리 고개를 휘두르며 ‘꿈나라 여행’에 바쁘다. 교과서도 깨끗하다. 그런데 시험만 보면, 대다수 교과목이 100점 만점이다. 

그래서 시험이 마무리되고 녀석과 친밀하게 지내며 들여다보니, 정말 아이러니다. 다른 녀석들은 시험이 끝났다고 게임에 영화에 여행 이야기가 화제다. 그러나 녀석은 음악을 들으며 수학문제지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알고 보니, 녀석은 마음에 두고 있는 같은 반 여학생에게 수학과 영어 공부를 도와주며 나름 멋진 남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 무슨 공부방식이란 말인가? 학창시절 다양한 학습방법을 경험했지만 의외다. 수행평가 태도 점수 마이너스를 감수하면서까지 녀석은 이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아마도 녀석의 학습 태도에 커다란 계기가 없다면 변화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