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 뭐해”, “뭐해 뭐해” 

반복되는 “뭐해 뭐해”에 귀가 쫑긋하다. 짧디 짧은 순간 터져 나온 알림음 소리다. 너도, 나도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본다. ‘누구야“ 라는 표정이다. ’무음 모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 않다. 서로 웃으며 눈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이른 출근이라 생각하고 들어선 교무실, 부지런한 선생님들은 창문을 열어 환기에 정리된 책상마저 업무 모드다. 오늘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려던 꼼꼼하지 못한 나의 준비성 부족에 머쓱하다. 

컴퓨터가 윈도우를 지나 화면을 띄우면 일과가 시작된다. 그때, 툭 튀어나온 소리가 있다. 이 손님이 바로 SNS 카카오톡의 알림음 중 하나인 “뭐해 뭐해”다. 보통 사람들은 “카톡”, “카톡 카톡”을 주로 알림음으로 선택한다. 카톡 설정 알림음으로는 “자니”, “사랑해”, “꼰대”, “야”, “메시지 왔어요”와  국악, 피아노, 휘파람 등 다양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시골 학교에 근무하면서 받은 선물 중 가장 행복한 것이 바로 ‘풀벌레’ 소리다. 이 가을이 지나고 눈이 내리면 한동안 들을 수 없는 소리다. 뜨거운 태양이 절정이던 8월의 반딧불 방과후학교 학생 관리를 위해 초과 근무하던 날로 기억한다. 교실 창문을  통해 흐르는 불빛과 강사 선생님의 목소리, 가끔씩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감사하다. 

뭉친 어깨를 풀고 선선한 바람을 친구삼아 교정을 걸어볼 참이었다. 교무실을 나와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 사이로 들려오는 조용하면서 힘 있는 풀벌레 소리에 나는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3분 정도 분량을 저장하고, 들어보고, 저장하고 들어보기 작업을 몇 차례 했다. 현장에서 들었던 풀벌레의 합창은 소리도 웅장했다. 그러나 녹음해서 들어보니 그 장점이 반감되었다 

그냥 ’귀에 담아두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았다. 그래서 저장한 파일을 삭제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귀에 담기‘를 선택했다. “찌르르르, 쓰르르르르르, 찌르쓰르르, 찌르메멤, 쏘아아아, 톡톡톡.....” 등 다양한 풀벌레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거대한 음악회가 열린다. 초대장 없이 다가온 불청객에게는 너무나 황홀한 오케스트라 연주다. 이 멋진 연주와 밤하늘의 별을 혼자만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 아쉬운 순간이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