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의 본질은, 모든 수험생에게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되 그 기회의 활용도에 따라 입시의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회의 활용도 자체가 서울과 지방, 중산층 이상과 이하 (즉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 등에 좌우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극심하다. 온라인 강의가 아무리 보편화돼 있다 할지라도 고도화된 사교육 컨텐츠와 입시 전략의 설정이라는 정시 제도의 활용 방안에 지방 학생들은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실 수시는 이와 같은 정시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에 가깝다. 실제로 정시에서 높은 확률로 승리를 거두기 위한 확률은 선행학습으로 대표되는 고도로 효율화된 사교육 컨텐츠를 어떻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를 모든 정권에서는 ‘사교육 광풍’ 이라는 다섯 글자로 간단하게 정의했지만 이는 사실상 주어진 입시 제도를 바탕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시장 메커니즘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애시당초 수능 성적 이외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시전형은 원래 종합적으로 다양한 학생 코호트에 다양한 기회를 각각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도입 이전부터 존재했던 지역균형 선발 등 일종의 특별전형들을 굳이 학종에 편입시킨 것 역시 이러한 설계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학종이 대입에 활용되면서 특정 코호트가 특정 제도에 접근이 불가능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방 고교 또는 일반고에서 접근이 어려운 수시 일반전형은 사실상의 ‘금수저 전형’ 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고, 특히 여러 차례의 국정감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전형의 진행 자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공정 요소 (이를테면 부모의 직업이나 학교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면접장에서 면접자에게 묻는 방식 등) 들은 학종의 본디 취지인 고교별 교육 환경의 고려라는 본질을 해치고 있다. 즉 정시에서 발생하는 지역/소득 격차로 인한 기회 활용의 차별이 같은 유형으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하편에 계속>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